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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대통령 訪러’의혹 풀리나/ 철도청, 작년8월 靑·산자부에 사업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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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대통령 訪러’의혹 풀리나/ 철도청, 작년8월 靑·산자부에 사업보고

입력
2005.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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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현 철도공사)이 지난해 8월 유전사업 초기에 청와대와 산업자원부에 사업 내용을 보고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남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지난해 9월20일~23일) 일정과의 관련 여부가 이 사건의 의혹을 풀어줄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당시 철도청이 청와대와 산자부 장관에게 사업 내용을 보고한 것이 맞다면 청와대 또는 정부와의 교감이 있었거나, 적어도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사업을 밀어붙인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 확실한 언질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고는 철도청이 그처럼 무모하게 사업을 밀어붙인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왕영용 당시 철도청 사업본부장이 내부 문서에 이번 사업을 제안한 기관을‘외교안보위’(야당에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잘못 표기한 것으로 해석함)로 명시한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물론 청와대와 산자부 등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0일 "러시아 방문과 관련한 각종 회의자료를 점검한 결과 유전사업 건이 다뤄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과 언론이 그 동안 대통령의 방러 일정과 관련해 제기한 각종 의혹들은 여전히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 러시아 한국대사관의 석연치 않은 행보다. 주 러시아 대사관은 지난해 대통령 방러 전 사할린 유전개발 합작회사인 코리아크루드오일(KCO)과 철도청, 러시아 알파에코사의 3자 모임을 준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대사관이 지난해 2~12월 23차례에 걸쳐 NSC에 러시아 석유 및 에너지 관련 보고를 했으며, 이중엔 사할린 6광구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태다.

유전사업 최초 제안자인 권광진 쿡에너지 대표는 "당초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때 조인식을 할 예정이었으며, 대통령도 러시아 방문 때 직접 이를 언급하기로 돼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전인수 협상 실무자였던 김모씨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대월씨가 대통령 방문 일정에 협상 조인식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협상을 빨리 매듭지으라고 채근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알파에코사 부회장이 회의 석상에서 한국대사관이 미팅 요청을 해왔다면서 공문을 보여준 적이 있다"며 "회동 주제 중 하나로 유전사업이 포함돼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유전사업 관계자들의 이 같은 증언은 철도공사가 지난해 7월 작성한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사업 프로젝트’ 문건 내용과도 일치한다. 이 문건에는 "사할린 유전은 현재 청와대 외교안보위원회에서 주관하고 있으며, 향후 산자부에서 주관할 것", "한·러 정상회담 때 유전회사 인수에 대한 정부간 조인식이 거행될 예정이며, 이광재 의원이 조인식 방문자 명단 작성 업무를 총괄한다" 등의 대목이 있다.

검찰은 이런 정황들에 비춰 유전사업의 문제점이 청와대에 정식 보고되기 전까지 누군가가 사업을 강력하게 밀어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로선 문건에 등장하는 대통령의 측근인 이 의원과 이기명씨, 그리고 유전전문가로 이씨와 동창인 허씨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왕 본부장은 "유전 투자는 내가 책임지고 한 일이며 이광재 의원이나 NSC를 거명한 것은 허문석씨의 말을 듣고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외압 수사가 마무리되는 다음주 중 이 의원과 이씨를 부를 예정이다. 그 때쯤이면 누가, 왜 유전사업을 이처럼 밀어줬는지 드러날 것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 檢 ‘8,000만원 용처’규명 총력

전대월 코리아크루드오일(KCO) 전 대표가 총선자금 명목으로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선거참모 지모(50·열린우리당 평창군 당원협의회장)씨에게 제공한 8,000만원의 사용처를 밝히는데 검찰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씨는 일부 금액을 4·15총선 당시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으나, 이 의원에게는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선거 당시 선거운동원들을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진 지씨가 자기 명의로 선거자금을 조달해 후보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사용했다는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검찰은 지씨의 진술을 뒤집을 증거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임박한 것으로 예고됐던 이 의원에 대한 소환도 다음 주로 미뤄졌다. 검찰은 이 의원 자택과 사무실, 보좌관의 자택, 강원 평창의 사무실 등에서 압수해온 자료들을 토대로 관련자 조사와 계좌추적을 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씨는 8,000만원 중 절반 이하만 선거자금으로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지씨가 개인채무에 사용했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채권자를 직접 불러 조사하고 연결계좌를 추적해 돈의 사용처를 낱낱이 확인하고 있다. 지씨가 전씨와의 전화통화에서 "총선자금이라고 말하지 말고 개인채무로 잡아떼자"고 신신당부한 내용의 녹취록에 비추어 지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일단 액수가 크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지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번 주말까지는 지씨가 전씨의 돈을 받은 과정에서 이 의원과 공모했는지, 지씨가 전씨에게서 들은 유전사업 추진상황을 이 의원에게 보고했는지에 대해 잠정 결론을 내린 후 이 의원을 소환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검찰이 지씨의 8,000만원 수수 혐의에 대해 이 의원을 공범으로 사법처리 할 수 있을지는 순전히 지씨의 진술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 의원 주변에서 압수한 자료분석 및 계좌추적 과정에서 지씨의 입을 열게 만들 단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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