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저녁 9시면 잠들어 혼자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을 봅니다. 저야말로 위기의 주부랍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가 최근 백악관 만찬에서 이런 ‘폭탄발언’으로 좌중을 웃겼다. 실은 이 발언이 유머작가가 만든 각본에 따른 것이고 로라 여사는 그 드라마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더욱 화제가 됐다. 퍼스트 레이디의 ‘연출 유머’에 동원될 만큼 인기 절정인 미국 ABC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사진)’이 프리미엄 영화채널 캐치온 플러스를 통해 25일부터 매주 수·목 밤 11시에 방송된다. 캐치온에서도 월·화 오후 3시, 토 오후 8시에 재방송한다.
‘위기의 주부들’은 한적한 교외 마을에 사는 주부들의 일상과 일탈을 그린 미스터리 코믹 드라마. 바람 난 남편에게 버림받은 이혼녀 수전(테리 헤처), 네 아이를 키우는 전직 커리어우먼 리네트(펠리시티 허프먼), ‘살림의 여왕’을 꿈꾸는 브리(마샤 크로스), 부자 남편 덕에 풍족하게 살지만 늘 불만에 가득한 전직 모델 가브리엘(에바 롱고리아) 등 4명의 주부는 어느날 갑자기 이웃 메리가 권총 자살했다는 비보를 듣고 그 배후를 캐나간다. 여기에 주인공 각각의 고단한 일상과 남몰래 저지르는 일탈이 제3자 관찰 형식으로 버무려진다.
기획 당시에는 가정주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데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었지만, 지난해 10월 첫 방송 이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멀쩡한, 혹은 화려한 주부들도 모두 이런저런 아픔을 안고 일탈을 꿈꾼다는 이야기가 많은 주부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낸 것이다.
지난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휩쓸었고, ‘미국판 아줌마 열풍’으로 이어져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이 중년 여성들의 위기 극복 사례를 커버스토리로 다루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미국가족협회 등이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해친다"고 반발하며 광고주들을 압박, 광고주들이 이탈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이 퍼져 인터넷에서는 한글자막까지 달린 동영상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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