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긴 동면에서 벗어나 조금씩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동안 상승가도를 달리던 소비심리가 한풀 꺾여 주춤하는 이상기류가 나타나 정책당국이 바짝 긴장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둔화하고 유가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4월 경제동향’과 통계청의 ‘4월 소비자전망조사’에 따르면 2·3월 회복기미를 보이던 소비자 기대심리 등 각종 심리지표와 실물지표가 4월 들어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KDI에 따르면 4월중 수출은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등 정보통신(IT) 관련 품목의 수출둔화와 지난해 수출호조에 따른 기술적 반락 등의 원인으로 증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와 함께 유가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경기 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동남아 국가들의 교역량도 증가세가 약해지는 등 대외 불안요인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가운데 내수는 도소매 판매액 지수가 내구재의 지속적 증가세 등으로 9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전됐으며 서비스업활동지수도 증가해 상품소비와 더불어 서비스 소비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 관련 지표들도 컴퓨터 및 특수산업용기계 등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건설투자관련 지표들도 선행 지표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4분기 이후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통계청 조사에서는 6개월 후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의 상승률이 2개월 만에 하락으로 반전, 체감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데 따른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4월 소비자기대지수는 101.3으로 두 달째 기준치 100을 넘으며 낙관론이 우세했지만, 전월의 102.2보다 0.9포인트 떨어지며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반전됐다.
월평균 소득 400만원 이상 계층의 소비자기대지수는 전달 111.0에서 106.9로 가장 큰 폭으로 낮아져 고소득층의 기대심리 하락이 두드러졌다. 또 월소득 200만원 미만 계층의 기대지수는 여전히 기준치 100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6개월전과 비교한 현재 경기와 생활형편 등을 평가하는 소비자평가지수는 90.2으로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연초 경기 바닥 인식이 확산되면서 향후 경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소비자가 많았지만 소득이나 고용 여건에서 실질적 개선을 보지 못하자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되고 있다"며 "소비자기대지수가 100을 상회하고 있는 만큼 아직 소비심리 회복세가 꺼진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다시 지갑을 닫게 되지 않도록 정부가 부동산 및 물가 정책에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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