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상복합 서면 1,000억 이익" 소문
얼마나 이권이 크길래 소개비조로 14억원을 주었을까. 양윤재 서울시 행정제2부시장에 이어 10일 김일주 전 한나라당 성남중원지구당 위원장이 1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청계천 복원사업과 관련된 도심 고도제한 완화과정 및 개발이익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 부시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부동산개발업체 ‘미래로RED’의 길모(35)대표가 주상복합건물을 지으려는 지역은 중구 수하동 5번지 일대(지도)로 대지면적이 2,572평에 이른다. 높이 148c, 지하8층, 지상38층 규모의 이 주상복합건물은 서린동의 SK빌딩(33층)과 함께 강북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그러나 2002년만 해도 도심재개발 구역인 이곳에서 30층 이상 건물의 신축은 불가능했다. ‘도심부 관리기본계획’에 따라 도심 건물의 기준 높이는 90c 이하로 묶여 있었고 용적률도 600% 이내로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2003년 2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도심 건물의 층고를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도시환경정비기본계획’을 발표하고 공원 등 공공시설 부지를 기부채납하면 층고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용적률도 1,000%까지 올릴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제시했고, 이 계획안은 올 2월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도심지역의 건축물 기준높이가 110c로 높아져 30층 이상의 건물 건립이 가능해졌다.
용적률과 높이 제한이 풀리자 초고층 주상복합의 건설이 가능해져 개발이익도 크게 상승했다. 상업·업무시설에 비해 주상복합의 분양가는 1.5~2배에 달하기 때문.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길씨가 2003년 이 지역의 사업권을 따냈을 때에 비해 땅값이 평당 1,000만원 이상 상승, 토지매입비를 빼고도 1,000억원대의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양 부시장이 길씨에게 "청계천 개발이익이 1,000억원 이상"이라고 말했다는 부분이 크게 틀리지 않는 셈이다.
길씨가 주상복합을 지으려 한 을지로 도심재개발 구역 이외에도 청계천 주변에서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수표동 블록, 세운상가 블록 역시 막대한 개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계천 주변에서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을지로 등 도심부는 물론 세운상가 블록 등도 주상복합이 들어설 경우 그 개발이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 아버지는 시장직인 위조…아들은 부시장에 뇌물
구속된 양윤재 서울시 행정제2부시장에게 뇌물을 줬다고 주장한 길모(35)씨 집안과 서울시 사이의 질긴 악연이 지금 서울시청에서는 화제다.
악연은 1987년 중구 무교동 엠파이어호텔(현 서울파이낸스센터) 재개발사업에서 시작됐다. 당시 유진관광 본부장으로 서울시 재개발 관련 사업을 하던 아버지 길씨는 서울시장 직인을 위조해 토지대금 59억원을 빼돌린 뒤 92년 아르헨티나를 거쳐 캐나다로 도피했다. 90년 유진관광측이 시유지인 무교공원 지하에 무허가 주차장을 지으면서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나 국장급 간부 4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길씨와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당시 봇물처럼 터져나온 건축관련 비리의 대표적 사례로 ‘노태우 정부 사정 1호 사건’으로도 불렸고 지금도 서울시 공무원들에게는 ‘악몽’으로 남아 있다.
길씨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최근 귀국했고, 재개발 사업은 아들에게로 이어졌다. 아들 길씨는 청계천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신축에 수천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월 초부터 서울시의 무책임한 행정 때문에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등 서울시와 마찰을 빚어왔다. 90년대 재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서울시의 한 간부는 "당시 사건으로 서울시 공무원들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는데 그 아들이 다시 서울시를 흔들어놓고 있다"며 "아들 길씨가 사업 진척이 안되자 양 부시장을 잡고 물귀신 작전을 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 서울시 "檢 무리한 수사" 정면대응
서울시는 10일 청계천사업 비리 수사 이후 처음으로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검찰을 비난했다.
김병일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양윤재 행정2부시장은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고, 이명박 시장도 전혀 관련이 없는데 검찰이 무리하게 이 시장의 이름을 구속영장에서 거론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계천 주변 고도제한 완화는 지난해 9월 확정됐지만 그 해 2월 관련 토론회에서 이미 공표됐던 내용"이라며 "부동산개발업자 길모씨의 로비에 의해서가 아니라 서울시의 도시계획 방침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양 부시장이 먼저 을지로2가 개발계획을 보류시킬 것을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청계천사업 아이디어는 이 시장이 1998년 미국 체류 시 착안한 것"이라면서 "따라서 양 부시장이 아이디어를 제공한 대가로 (이 시장으로부터) 60억원을 받기로 하고 부시장 자리를 약속받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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