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에 이어 김일주 전 한나라당 성남중원 지구당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검찰의 청계천사업 비리 수사가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가 청계천사업과 관련이 없는 정당인이라는 점에서 수사의 불똥이 정치권에까지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우선 이명박 서울시장 면담을 주선하는 대가로 김씨에게 14억원이란 거액이 전달된 점이 예사롭지 않다. 김씨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1996년 뒤늦게 정치권에 입문한 인물로, 17대 총선에서는 공천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드러난 혐의에 따르면 청계천 일대 재개발업자 길모씨는 이 사업을 주도한 핵심 인물인 양 부시장보다 오히려 김씨에게 무려 7배나 많은 돈을 줬다. 김씨에게 무언가 ‘믿을 만한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검찰은 김씨가 이 시장과의 ‘남다른 친분’을 내세웠다고 밝혔다. 김씨의 구속영장에는 "김씨가 같은 고려대 동문이자 같은 당 당원인 이 시장을 길씨에게 소개·알선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돼있다.
검찰이 김씨에게 사기죄가 아닌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을 받거나 제3자에게 이를 제공하기로 약속하고 사건 청탁 등을 취급 또는 알선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이 시장의 이름을 팔면서 단순 사기 행각을 벌였다기보다 이 시장과의 교분을 바탕으로 이 시장이나 이 시장 주변 인사에게 실제 청탁을 시도했을 가능성에 더 비중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씨가 받은 14억원 중 일부가 이 시장이나 이 시장 주변 인사에게 흘러 들어갔을 수도 있다.
‘실세 로비스트’가 따로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씨가 정치권의 중심에 있지 않은 데다 이 시장과 정치적 계보도 달라 이 시장에게 직접 청탁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김씨가 한 번이 아닌, 8개월간 6차례에 걸쳐 나눠 받은 사실도 제3 인물의 존재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어떤 경우든 이 시장이 정점으로 거론되고 있어 이 시장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까지 번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양 부시장이 한 업체에 "1,000억원의 개발 이익이 생길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청계천사업 규모가 큰 만큼 ‘떡고물’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다.
김씨가 받은 ‘상식 범위를 넘는’ 14억원의 사용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다른 정치인이나 서울시 관계자들이 엮어져 나올 수 있다.
양 부시장의 사무실서 발견된 또 다른 억대 통장과 외화 뭉치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어서 길씨 외에 로비를 시도한 다른 건설업자들이 드러날 수도 있다. 벌써 정치권에서는 몇몇 정치인이 거명되고 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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