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의 위기는 과연 어떻게 표출되는가. 외모에 대한 끝없는 불만, 빨간색 벤츠에 대한 물욕(物慾), 로맨스를 동반한 불륜, 아니면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일탈?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16일자)에서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중년의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인생의 전성기를 구가하듯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성공담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40~60세를 중년기로 볼 때 미국의 중년 여성 수는 4,300여만 명. 여성은 이 시기에 정신·심리적으로 민감하게 변화한다. 성장한 자녀들이 곁을 떠난 뒤 느끼는 허전함과 외로움. 간혹 이 시점에 이혼이나 사별로 배우자와 헤어지거나,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면 복잡한 인생의 굴레 속에 위기를 맞는다. 타임은 이 시기에 가정이나 직장 등 책임져야 할 무거운 중압감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여행을 떠나라. 아니면 소설을 쓰거나, 학교로 다시 돌아가 학문에 몰두하는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 해답이다. 아니면 미친 듯 남을 도와주며 변화를 가져보는 것도 방법이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태생적으로 마케팅 능력이 뛰어나다. 호스피스 간호사라면 노인들의 건강과 일상생활을 설계하는 건강 컨설팅 회사를 열 수 있다. 3명의 자녀를 둔 하바드대 MBA출신의 여성이라면 회사를 박차고 나가 아이들의 공부와 시간활용 등을 돌봐주는 교육 컨설팅 일을 할 수 있다.
남자들은 45세가 되면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더 이상 ‘18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창의력과 생산성이 저하되면서 자신의 직업과 재력, 권력, 미래에 대한 갈등을 통해 급격한 위기를 경험한다. 그러나 여성들은 30세 때부터 나이가 먹는다는 것을 항상 의식하며 산다. 중년 여성의 위기는 한 순간에 오는 것이 아니다. 매년 매달 매순간 일상의 스트레스와 심한 감정변화의 곡선이 엇갈리면서 다가온다.
흉부 암 전문의 였던 리사 프리드먼(52) 박사는 5년 전 위기를 맞았다. 수술 후 일어나는 소송 때문에 마음 졸이며 살기가 싫어 탈출구를 찾았다. 그는 관심을 가져온 여성의류에 대해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일을 하고 싶었다. 여성들은 나이가 들면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는 반면 자신의 ‘계란 바구니’를 챙기는데 더 관심이 높다. 결국 그는 동네의 쇼핑센터에 여성 기성복 가게를 차렸다. 그는 "중년의 위기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중년 여성들은 남성보다 2배 가량 낙관적이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거나 대학에 재입학(10년간 31% 증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남성은 30대 중반부터 성취욕이 줄어들지만, 여성의 경우 나이(50~64세)가 들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중년 여성들을 위한 산업도 붐을 이루고 있다. 실버산업보다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들이 대상이어서 전망도 좋다. 중년여성의 입맛에 맞춘 레스토랑과 의류, 액세서리에서부터 스파와 헬스클럽 등에 이르기까지 ‘아줌마’ 타깃 마케팅의 열기는 뜨겁다. 아줌마들만을 위해 설계된 한 헬스클럽은 1년 사이 미국전역에서 지점을 2배 이상 늘릴 만큼 호황을 맞고 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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