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모스크바 한중 정상회담에서 "최근 한반도 핵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로운 상황이 나타났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갖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후 주석의 ‘새로운 상황’ 발언은 인민일보가 9일 보도한 것으로 회담 당일 한국 정부의 발표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인민일보가 중국 정부의 지침을 전적으로 따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상황’ 보도는 사실상 중국 정부의 발표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중국측이 한국 정부의 발표와는 뉘앙스가 다른 후 주석의 발언을 공개한 배경과 발언 자체의 뜻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새로운 상황’ 발언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의 핵실험 등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하며 북한을 제어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지난 4일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정이 중대한 국면을 맞았다"고 말한 것처럼 중국도 심각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또 "미국 일본 등이 최근 북한의 핵실험 시도 등을 문제삼아 대북 강경책을 쓰려는 것이 새로운 상황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일본이 ‘새로운 상황’을 야기하지 말고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촉구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후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한 가닥 희망이 있는 한 회담 추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에서도 확인된다.
정부는 일단 "후 주석의 발언이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지체가 계속되는 불투명한 상황에 대해 양국 정상이 우려를 표명했다’는 발언이 있었다"며 "중국은 ‘우려’를 ‘관심’으로, ‘불투명한’을 ‘새로운’으로 바꿔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굳이 한국측과 다른 뉘앙스로 발언을 공개한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이 북핵 문제가 심각한 국면에 이르는 것을 막기 위해 조용히, 그러나 의미있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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