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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모델 ‘1998년 파키스탄 핵실험’/ 北과학자 20명 참가 "공동실험·대리실험"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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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모델 ‘1998년 파키스탄 핵실험’/ 北과학자 20명 참가 "공동실험·대리실험"說

입력
2005.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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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5월 28일 파키스탄 서북부 발루치스탄 사막에서 엄청난 폭발이 지축을 흔들면서 거대한 먼지구름을 일으켰다. 이틀 뒤 이런 현상은 반복됐다. 파키스탄이 지하 핵실험을 실행한 것이다. 7년 전의 이 실험은 현재 북한 함북 길주에서 진행되는 핵 실험 준비 작업의 비밀을 푸는 열쇠이기도 하다.

인도의 핵 실험에 자극받아 이뤄진 이 실험에서 파키스탄은 첫날 고농축 우라늄 핵무기 5기를 수평갱도식 실험장에서 잇달아 폭발시켰다. 5기 중 3기는 전술핵이었고, 2기는 전략핵 수준이었다.

문제는 수직갱도 실험장에서 이뤄진 두 번째 실험에서 터진 핵무기였다. 미국 첩보기가 당시 실험장 상공에서 채취한 공기에 ‘클립톤85’라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클립톤85는 플루토늄 핵무기가 터질 때 발생하는 물질이다. 문제의 핵이 플루토늄으로 제작됐거나,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섞어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당시 파키스탄은 플루토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미국은 어리둥절했다. 이 의문은 ‘북한’이라는 변수로 풀리기 시작했다. 미국과 서방 정보기관들은 당시 실험에 20명의 북한 핵 과학자들이 참여한 사실을 포착했다. 준비에서부터 결과분석까지 북한측 역할이 있었다는 얘기이다. 서방정보기관은 북한의 핵 물질이 파키스탄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을 상정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북한-파키스탄 커넥션이 공개된 극적인 계기는 파키스탄 주재 북한 대사관 경제참사관인 강태윤의 처 김신애가 실험 종료 8일 후 사살된 사건이었다. 서방정보기관에서 흘러나온 얘기들을 종합한 2004년 3월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핵실험 참관단에 포함된 김신애는 서방정보기관에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발각돼 북한 요원들에 의해 암살됐다.

2003년 이후 뉴욕타임스 등은 1998년 파키스탄의 핵실험에서 북한의 역할이 컸음은 물론 당시 실험이 북한과 파키스탄의 ‘공동실험’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북을 대신한 파키스탄의 대리실험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파키스탄 실험은 북한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실험 성공을 지켜본 북한은 고농축우라늄(HEU) 확보에 나섰고, 3달 후 대포동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서 대량살상무기 확보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한 전문가는 "북한에게 핵 실험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 문제"라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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