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의 쌀을 값이 비싼 경기미(京畿米)로 속여 팔아 수십억원의 이득을 챙긴 농협조합장과 정미업자, 도매상 등 26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서부경찰서는 9일 충남, 전라, 강원지역의 쌀을 구입한 뒤 경기미로 둔갑시켜 수도권지역 대형 할인마트 등에 판매한 혐의(농산물 품질관리법 위반)로 정미업자 홍모(47)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6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지방산(産) 쌀을 공급한 강원 S농협 조합장 원모(65)씨 등 4개 지역 조합 임직원 8명과 도매상 이모(64)씨 등 11명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 등은 2003년 1월부터 2년여간 경기 화성 등지에 정미소를 차려놓고 충청 전라 강원지역 농협이나 정미업자들로부터 공급받은 160억원어치 상당의 지방산 쌀을 학교급식업체나 농협 H마트 등에 ‘경기특산미’ ‘경기특미 청결미’ ‘햇쌀’ ‘청결미’등의 상표로 171억원어치를 판매, 11억원의 부당이득을 남긴 혐의다. 또 원씨 등은 조합원 농가에서 수매한 벼를 경기지역 농협이나 정미업자에게 넘겨 1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은 경기미가 일반 지방산 쌀보다 80kg당 1만~2만원 비싼 점에 착안, 지방산 쌀을 경기미와 3대 7의 비율로 섞거나 아예 경기미를 넣지 않고 포장해 판매하는 등 380억원 상당의 ‘짝퉁쌀’을 팔아 33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원산지 표시에 시·군명을 기재해야 함에도 ‘국내산’이라고 애매하게 표시하고, 상표와 주소, 상호 등에는 경기 지역명을 부각시켜 소비자를 현혹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식품 범죄가 더욱 교묘해지고 있는 만큼 원산지에 시·군명까지 표시되지 않은 상품은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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