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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열 LS전선 부회장/ 7박8일 650㎞ 알프스투어 아시아인으론 처음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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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열 LS전선 부회장/ 7박8일 650㎞ 알프스투어 아시아인으론 처음 완주

입력
2005.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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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nnovation, No Future!’(혁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

LS전선 구자열(52) 부회장의 명함을 받으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문구다. 혁신이 기업의 생존조건이 되다시피한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어쩌면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는 말일 수도 있지만, 인간 한계를 시험하는 스포츠를 통해 몸과 정신을 단련해 온 구 부회장의 명함에서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스스로를 잘 내세우지 않지만 구 부회장은 재계에서는 내로라 하는 산악자전거 마니아다. 국내 산악자전거 코스는 이미 섭렵했고 웬만한 해외 산악자전거 투어도 그에겐 익숙하다. 그래서 ‘마니아’보다는 차라리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구 부회장은 2002년 독일에서 아디다스 주최로 열린 ‘트랜스 알프스’에 참가해 7박8일 동안 650㎞를 완주해 그를 아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트랜스 알프스 완주는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인 중에서도 구 부회장이 처음이었다. 언어 장벽 등의 문제 때문에 코스를 제대로 찾아가기도 힘든 이 대회를 위해 그는 국내 산악자전거 코스를 돌며 7개월 동안 준비했다. 이전에는 5박6일 동안 들판에서 자고 먹으며 미국 모하비 사막과 콜로라도강을 돌기도 했는데, 그는 당시를 "여행이라기보다는 지옥훈련에 가까웠다"고 기억한다.

혁신에 대한 그의 신념은 산악자전거를 통한 극한 체험에서 나왔다. 생존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 필요하고, 혁신은 뼈를 깎는 인내심과 두려움 없는 승부 근성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정면으로 부딪혀야 가능하다는 것을 산악자전거를 타며 체득한 것이다.

"자전거를 끌고 타고 하면서 힘든 고지를 넘고 나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힘든 일을 정면으로 승부할 때 세상 사는 맛을 느낍니다." 왜 산악자전거냐는 물음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구 부회장의 산악자전거 예찬은 계속된다. "산악자전거는 근성이 필요합니다. 근성은 경영에도 적용됩니다. 임직원들에게 승부 근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포기하는 젊은 신입사원들과 근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의 승부사적 경영은 주로 금융 계통에서 일해 온 그가 2001년 LS전선으로 옮긴 이후 보여준 행보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LS전선은 지난해 특수전선 분야 협력업체인 GCI사를 필두로 알루미늄 커튼 월을 생산하는 슈미들린코리아, 자동차부품업체인 P&F, 광부품 업체인 네옵텍 등 4개 중소업체와 무선통신용 초고주파 부품업체인 코스페이스, 2차 전지용 소재 양산업체인 카보닉스 등 2개 벤처기업을 인수했다. 또 진로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어 최근 인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만큼 저돌적이다.

구 부회장은 중학교에 다닐 때 약수동 집에서 계동 학교까지 자전거로 통학하면서 자전거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하루는 청계산 등지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서울 집에서 안양공장까지 40㎞를 달리며 ‘근성’을 단련한다. 겨울이면 구 부회장은 임직원과 가족들을 스키장으로 초청하는데, 젊은이들도 힘들다는 스노보드를 즐겨 탈 정도다. 음악 미술 영화 등에 대한 관심과 식견은 주변 사람들이 탄복할 정도다.

스포츠와 문화에 대한 사랑과 관심, 그리고 사람에 대한 애정은 구 부회장의 ‘부드러운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구 부회장은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한 해 동안 고생하신 사랑하는 LS전선 임직원들과 함께 듣고 싶다’며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mas is you’을 신청해 직원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인간은 일, 건강, 가족, 친구, 나(영혼)라는 다섯가지 공을 저글링(여러 개의 공을 공중에서 돌리는 것)하며 일생을 보낸다고 합니다. 일은 고무공이라 한 번 놓쳐도 다시 잡을 수 있지만, 나머지 공 4개는 유리공이라 한번 잃게 되면 영원히 사라집니다. 올해 임직원 모두 4개의 유리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킬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올초 인트라넷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구 부회장의 신년인사는 어떤 기업, 어떤 최고경영자(CEO)의 인사말보다 직원들의 사기를 자극했다.

강한 도전 정신으로 무장해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스포츠 정신으로 다져진 구 부회장의 혁신에 대한 신념과 행동이 LG그룹으로부터 분리·독립한 LS전선 등 LS그룹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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