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신문사에서 독자들 대상으로 이색 공모를 한 적이 있다. ‘영국 끝에서 런던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독자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한 것이다. 비행기 기차 자동차를 이용하는 등 생각할 수 있는 갖가지 교통수단이 해답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1등으로 채택된 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내용이었다. 다름 아니라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재테크는 런던까지 가는 것 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장기전이다. 결혼자금과 같은 비교적 짧은 목표라도 대략 3~4년 이상 준비해야 한다. 경제활동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어떤 식으로든 재테크에 대해 고민하게 되므로 재테크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화두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긴 장기 레이스를 가장 빨리, 또 끝까지 완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재테크 레이스에서 필요한 ‘좋은 친구’는 바로 명확한 목표와 이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작은 징검다리 목표들이다.
재테크에서 목표가 중요한 것은 추진하는 목표가 명확해야 그에 따른 전략도 나오고 계획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재테크의 목표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저 가능한 많은 수익을 거두는 ‘다다익선(多多益善)’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뚜렷한 목표 없이 진행하는 재테크는 힘만 더 들고 효과는 떨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 뚜렷한 목표가 없다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초심을 잃고 흔들리기 쉬워, 그 만큼 즉흥적인 투자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먼저 추진해야 할 사항들을 꼽아보고 그 우선순위를 정해보자. 앞으로 발생할 결혼자금, 주택 구입자금, 자녀 교육자금, 노후 대비자금 등에 대해 언제까지 얼마를 마련하겠다는 목표와 어느 것을 더 비중 있게 추진할 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다음은 이를 위해 앞으로 투자하려는 금액 또는 현재 마련해 놓은 금액을 대입한다. 내가 투자하려는 금액보다 목표 금액이 더 크다면 이는 결국 앞으로 재테크를 통해 채워야 할 수익이 되는 것이고, 투자금액에 비해 올려야 하는 수익이 높으면 높을수록 안전자산 보다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공격적인 자산의 비중을 높여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처음에 잡은 목표가 너무 커 이를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판단되면 현실에 맞게 목표를 수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렇게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이를 위해 투자하는 금액, 그리고 달성해야 할 수익률이 파악되면 남은 일은 목표 달성을 위해 계획한 대로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중간중간 작은 목표들을 정해 추진한다면, 우리의 장기 재테크 레이스는 보다 내실 있고 한층 빨리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한상언 신한은행PB 재테크팀장 hans03@shin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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