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9일 발표한 ‘2005년 재산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올해부터 면적 기준이 아닌 시가 기준으로 과표를 정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됐던 아파트들의 보유세 부담은 늘고, 반대로 면적이 넓지만 시가가 싼 단독 및 연립주택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일례로 서초구 서초동의 180평형 A아파트(기준시가 28억8,000만원)의 올해분 보유세는 지난해 466만4,000원보다 50%가 인상된 699만6,000원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65평형 B아파트(기준시가 13억3,6500만원)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도 올해 보유세로 158만5,000원을 낼 것으로 보여 지난해(105만7,000원)보다 최고 인상 상한선인 50%까지 더 부담하게 됐다.
반면 마포구 마포동의 127평(공시가격 7억8,400만원)형 연립주택은 보유세로 지난해보다 60% 가량 줄어든 170만원이 부과될 것으로 추정됐으며, 강남구 청담동 소재 85평형 다세대주택(공시가격 12억4,800만원)도 보유세가 373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4% 적게 부과되는 등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의 경우 과세 부담이 적어졌다.
◆ 보유세액 전체적으로 10.7% 증가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총 보유세액은 구세인 재산세와 시세인 도시계획세 등 지방세가 1조7,135억원, 국세인 종부세와 농어촌특별세가 3,482억원이다.
이 중 주택의 재산세 추계를 보면 과세건수는 모두 234만5,000건에 세액은 4,60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8% 늘었다. 주택유형별로는 아파트의 세액이 3,156억원으로 2004년보다 26.1% 인상되나 단독주택의 세액은 519억원으로 집계돼 작년비 16.9% 감소한다. 다가구도 세액이 558억원으로 28.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토지와 건물에 대한 세액도 각각 25.5%와 11.9%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로써 자치구 재산세액은 지난해보다 11%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종부세 신설로 시민들의 전체 보유세 부담은 10.7% 늘어나게 된다.
시 관계자는 "종전 건물분 재산세와 토지분 종합토지세가 재산세로 통합되고 과세기준이 전환되었으나 세수의 종부세 이관으로 재산세액이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 95만여 가구 재산세 50% 인상
자치구별로는 기업의 영업용 건물이 밀집한 중구, 종로구, 영등포구 등 21개 구의 재산세액이 감소하고 아파트 밀집지역인 양천구, 관악구, 강동구, 노원구 등 4개 자치구만 일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별 재산세 증감율을 보면 전 가구(234만5,085호) 중 39.5%인 92만6,581가구의 세부담이 줄었으며 세액 상한선인 50%까지 인상되는 가구는 전체의 42%인 95만6,429가구로 추정됐다.
아파트의 경우(117만5,584호) 감소한 가구는 전체의 10.2%인 12만183가구에 불과하지만 50% 오르는 가구가 73.3%인 86만1,295호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자치구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해 재산세 인상률을 끌어내렸던 지난해 경우처럼 조세파동의 불씨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9억원 초과 주택이나 6억원 초과 나대지가 대상인 종합부동산세는 서울시에서 총 16만1,699건에 부과되며 세액은 2,902억원으로 추산됐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 종부세 대상 93%가 기업 소유 "투기 억제 당초 의도 퇴색" 우려
서울시의 시뮬레이션 결과 총 종합부동산세 세액 2,902억원 중 주택분 비율이 전체의 7.3%에 불과한 211억원으로 나타나 일명 ‘부동산 부자’들로부터 많은 세금을 걷어내 부(富)의 균형을 맞추려 했던 정부의 당초 의도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들이 업무용으로 소유하고 있는 나대지와 건물부속토지가 과세대상의 92.7%에 달해 종부세를 통해서 부동산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도입 이유가 무색하다"며 "일반적으로 종부세는 고가주택 소유주가 부담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시뮬레이션 결과 나타나 종부세의 목적과 현실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소재 주택 및 토지에 대한 종부세 예상액인 2,902억원이 정부가 추계한 전국 종부세 규모인 6,907억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해 ‘손해’가 크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 재무국 관계자는 "이미 결정된 종부세 도입을 놓고 서울시가 또다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싫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전체 종부세의 절반 가량을 서울시가 부담하는 형상이어서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 자치구 ‘탄력세율’딜레마
서울 전체 아파트 중 73%의 올해 재산세 인상률이 50%에 달해 지난해에 이어 납세자들의 조세 저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자치구들이 주민 의견대로 탄력세율을 적용해 ‘민원 해소’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아파트 소유자들의 세부담 증가와 달리 종부세 도입으로 상당 부분의 세입이 중앙정부로 발길을 돌려 25개 자치구 중 무려 21곳의 재산세액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치구들이 지난해처럼 30%까지 세율 인상폭을 낮추게 되면 그나마 악화되는 재정 사정이 더 추락할 것이 뻔하게 된다. 특히 중구(-39%), 종로구(-30%), 영등포구(-19%), 은평구(-19%) 등는 올해 재산세 세입의 낙폭이 매우 크기 때문에 탄력세율 적용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그나마 증가폭이 가장 큰 양천구(+8%)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편이어서 재산세 감세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정부가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종부세로 얻어진 세입을 분산할 때 불이익을 주기로 해 자치단체들은 ‘실익’과 ‘민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할 딜레마에 처해있다.
줄어든 재산세액으로 올해 추진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해진 자치구들은 정부의 종부세 보전도 내년 2월에나 가능해 재정 운영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큰 폭으로 보유세가 오른 아파트 주민들을 중심으로 조세저항이 일 것으로 보이지만 자치구들의 입장에서는 탄력세율을 적용해 민원을 해소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자치구 재정 보전을 위해 정부에 7~10월 중 예비비 등을 통해 세수 감수분을 우선 보전해주도록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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