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8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며 북한에 지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의 핵실험 임박설과 미국의 북핵 시설 공격설이 나도는 등 급박한 상황전개 속에서 한중 정상이 강도 높게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한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북한 압박에 소극적 자세를 보였던 중국이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북한은 동맹국이자 식량과 에너지를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목소리를 간단히 무시해 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 대통령은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갖고 6자회담이 지속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북한은 그 동안 자신들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온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주장에 미국이 의도적 무시로 일관하며 6자회담 분위기 조성에 성의를 보이지 않아 자신들의 핵 능력을 구체적으로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핵 실험 강행으로 국제사회의 여론이 극도로 나빠지면 중국과 러시아도 북핵 문제의 유엔안보리 회부 및 제재에 마냥 반대만 하기는 어렵다. 우리 정부도 대북지원과 경협 중단 등 중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북핵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그제 "6자회담과 별도로 미국에 양자회담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주권국가 발언에 관심을 표명했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계기를 찾고 있다는 징표일 수 있다. 미국도 유엔 안보리 제재나 군사적 공격 가능성 등을 거론하기에 앞서 관련국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북한을 협상에 끌어내기 위한 실질적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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