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대형 계열사의 증시상장과 기업 인수·합병(M&A) 등으로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재벌그룹의 시가총액 순위가 최근 3년간 크게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벌 오너 가운데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며 ‘주식 재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9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1위인 삼성의 시가총액이 LG SK 현대차 등 다른 3개 그룹의 시가총액 합계액을 능가하는 등 ‘삼성 독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6일 현재 증시에 상장된 삼성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97조3,100억원으로 2001년말(62조1,400억원)에 비해 35조원 이상 늘어났다. 이는 전체 주식시장의 20.77%에 달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LG, SK, 현대차 등 2~4위 그룹의 시장가치를 모두 합한 92조1,100억원보다 많은 것이다.
2001년말 4위였던 LG그룹은 LS전선과 GS가 계열 분리해 나갔는데도 LG필립스LCD(6일 시가총액 16조2,00억원)를 상장한 데 힘입어 시가총액이 38조1,700억원으로 10조원이 불어나 증시에서 삼성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그룹이 됐다. 2001년말 시가총액이 28조3,000억원이던 SK그룹(27조3,500억원)은 회계분식 사태와 SK텔레콤의 성장 정체로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시가총액이 감소, 3위로 밀려났다. SK그룹은 4위인 현대차그룹(26조5,800억원)이 불과 6,500억원 차이로 뒤쫓고 있어, 3위 자리도 위태로운 상태이다.
2002년과 2005년 각각 현대그룹과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현대중공업그룹과 GS그룹, CJ그룹 등이 5∼10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5조5,400억원)은 조선업 호황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신세계(6조3,700억원)에 이어 6위를 차지했고 GS그룹(4조2,100억원)도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시가총액 순위가 해당 그룹의 실력을 전적으로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조그만 변수에도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데다가, 한화나 롯데 등 주력계열사가 비공개 법인인 경우 시가총액 순위가 그만큼 하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계의 공식 서열로 통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산기준 순위는 4월1일 현재 삼성, 현대차, SK, LG 등의 순이다.
한편 재벌 총수들이 보유한 상장계열사 주식 가치는 삼성 이건희, 현대차 정몽구, LG 구본무, GS 허창수 회장 등의 순으로 많았다. 삼성 이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는 1조3,785억원에 달했으며, 현대차 정 회장은 이보다 451억원 적은 1조3,334억원을 기록했다. LG 구본무 회장과 GS의 허창수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의 주식 보유액은 각각 4,374억원, 3,505억원, 2,992억원에 달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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