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회 칸 국제영화제가 11일, 열 하루 간 펼쳐지는 영화 축제의 막을 올린다.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이 뒤늦게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지난해 ‘올드보이’에 이은 낭보를 기다리는 우리 영화팬들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 ‘극장전’의 수상 가능성은?
올해도 칸에서는 아시아 영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극장전’에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게다가 ‘극장전’은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의 강력한 요청으로 뒤늦게 경쟁부문에 초청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깜짝 초청으로 베니스영화제에 진출,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빈집’이나 발표 직전 칸 영화제 초청을 통보 받고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올드보이’처럼 이번에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높다. 홍상수 감독은 ‘강원도의 힘’ ‘오! 수정’ 등으로 비경쟁 부문인 이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잇달아 참가한 데다, 지난해에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로 경쟁 부문에 오르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더욱이 질 자콥 조직위원장이 최근 AFP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영화는 영화의 한계를 넘어선 다양한 시도로 세계 영화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극장전’을 포함한 아시아 영화는 올해에도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지난해 칸은 장만위(張曼玉)에게 여우주연상을, ‘아무도 모른다’의 유야 아기라에게 남우주연상을, ‘올드보이’에는 심사위원 대상을 수여하는 등 아시아 영화에 후한 대접을 했다.
‘극장전’을 포함해 ‘최호적시광’(대만·허우 샤오시엔 감독) ‘흑사회’(홍콩·조니 토 감독) ‘청홍’(중국·왕 샤오슈아이) ‘베이싱’(일본·고바야시 마사히로) 등 총 다섯 편의 아시아 영화가 경쟁 부문에 올라 있다. 아시아 영화가 마지막으로 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일본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1997)다.
◆ 아시아영화 vs 거장의 복귀작
올해는 거장 감독들의 복귀작이 대거 경쟁부문에 올라 있다. 때문에 외신에서는 올해 칸이 거장 감독의 노련함과 아시아 영화의 참신함의 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500여 편의 출품작을 검토하면서 칸 영화제 측은 특히 지난 해 작품성을 같이 논하기 어려운 애니메이션 ‘슈렉’과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이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했던 것 같은 어색한 풍경을 피하기 위해 고심했다.
이 때문인지 올해 경쟁부문에는 거장의 신작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묵직한 느낌이다. 라스 폰 트리에(2000년 황금종려상)는 ‘만달레이’(Manderlay)로, 빔 벤더스(84년 황금종려상)는 샘 세퍼드, 제시카 랭 주연의 ‘두드리지 마’(Don’t Come Knocking)로 8년 만에 칸을 찾는다. 구스 반 산트(2003년 황금종려상)는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을 추종하는 음악가의 삶을 그린 영화 ‘마지막 날들’(Last Days)을, 짐 자무시(84년 황금 카메라상)는 ‘망가진 꽃들’(Broken Flowers)을 선보인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도 애드 해리슨, 윌리엄 하트 주연의 ‘폭력의 역사’(A History of Violence)로 칸 나들이를 준비 중이다.
올해는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고 우위썬(吳宇森) 감독, 배우 셀마 하이엑, ‘미치고 싶을 때’의 파티 아킨 감독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개막작은 도미니크 몰 감독의 프랑스 영화 ‘레밍’, 폐막작으로는 스페인 베니토 잠브라노 감독의 ‘아바나 블루스’가 상영되며, 11일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리는 개막식의 사회는 프랑스 여배우 세실 드 프랑스가 맡는다.
◆ 한국영화, 비경쟁 부문에서도 맹활약
칸 영화제의 공식선정 부문인 경쟁 섹션과 비경쟁 섹션에 각각 ‘극장전’과 ‘달콤한 인생’이 진출해 레드 카펫을 밟는 외에도 다양한 부대행사에 한국영화들이 대거 초청됐다. 감독협회가 주관하는 제37회 ‘감독주간’에는 류승완(‘주먹이 운다’) 임상수(‘그때 그 사람들’) 감독이 초청됐고, 유명 감독의 신작을 소개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에 ‘활’(김기덕 감독)이 소개된다. 세계 영화제에서 잇달아 수상한 스타 감독의 작품인 만큼 ‘활’에 대한 세계 영화계의 관심은 뜨겁다. ‘주목할 만한 시선’은 경쟁부문에 오르진 않았지만 관심이 집중되는 대작을 소개하는 행사로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에피소드3’ 우디 앨런의 ‘매치 포인트’ 등이 선보인다. 학생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시네 파운데이션’에는 심민영의 ‘조금만 더’가 출품됐다.
그 밖에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킬 빌’에서 일부 장면을 따라 했을만큼 액션 영화의 고전으로 통하는 정창화 감독의 73년작 ‘죽음의 다섯 손가락’이 ‘클래식’ 부문에, 한·중합작 영화 ‘망종’(장률 감독)이 12~20일 열리는 ‘비평가 주간’을 통해 공개된다.
또 CJ엔터테인먼트, 시네마 서비스, 쇼박스, 쇼이스트 등 9개 회사가 칸 필름마켓에 부스를 열고 한국영화 세일즈에 나선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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