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5월6일 MBC ‘PD수첩’이 방송한 ‘굶는 사람들’은 IMF 구제금융 사태의 여파로 뿌리째 흔들리던 한국 사회에 대한 비극적 보고서였다.
하루에 한 끼밖에 먹지 못했던 중학생 수경(이하 모두 가명)이는 빈혈로 걸어 다니기조차 힘들었고, 영미네 4남매 중 막둥이는 버려진 배 씨까지 먹어치웠다. 아버지 없이 병을 앓는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병국이도 굶주림에 시달리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혹독한 ‘가난의 공포’에 시달렸던 아이들은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10일 방송하는 PD수첩 ‘나도 크면 가난한가요?’가 보여주는 결과는 예상처럼 암울하다.
중학생 때 동네 금은방을 털다 붙잡힌 병국이는 소년원에서 복역 중이고, 지영이는 가출했으며, 영미는 유흥업소에 다니고 있다. 98년 부스러기사랑나눔회가 운영하던 안산 결식아동쉼터에서 제공하는 점심 한끼로 삶을 지탱하던 120명의 아이들 중 15%가 그렇게 일탈의 길을 걷고 있다.
부모의 가난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대물림 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는 제작진이 시도한 실험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제작진은 대기업 간부를 부모로 둔 서울 강남의 중학생 민구와 공공근로를 하는 홀어머니가 어렵게 가계를 꾸려 가고 있는 강북의 중학생 우혁의 학습 방법과 생활을 비교했다. 그 결과 두 학생은 부모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차이만큼이나 큰 성적 차이를 보였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채창균 박사팀이 진행 중인 한국교육고용패널조사에 따르면 월 가구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가정의 고등학생 중 성적이 상위 5%에 포함되는 아이는 1명도 없었다.
조능희 PD는 "예상은 했지만 결과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해 빈곤층을 형성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최대한 아이들이 어릴 때, 별도의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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