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는 제국의 자존심’으로 불려왔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회사채 시장 신용이 마침내 정크본드(junk bond·투자부적격) 등급으로 추락해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 자동차시장을 호령하며 미국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던 두 회사가 이런 치욕적인 지경에 이른 것은 우리에게도 놀라움과 함께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 주말 "고유가 시대인데도 스포츠레저용 차량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경영전략이 경쟁력 강화와 동떨어져 있다"며 신용등급을 BBB급에서 BB급으로 강등하고 투자전망도 ‘부정적’으로 책정했다. S&P의 가차없는 결정은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업계에 밀려 갈수록 쪼그라드는 시장점유율과 실적이 현 경영진의 안일한 자세로는 반전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1분기에 다임러크라이슬러를 포함한 미국 빅3의 자국 시장점유율은 아시아 등 외국계에 밀려 59.2%로 1년 전보다 1.4%포인트 하락했고, 빅3의 순익을 합쳐도 도요타를 못이길 정도로 실적악화도 계속돼 왔다. 하지만 보다 큰 문제는 이른바 ‘유산 비용(legacy cost)’이라고 불리는 종업원 및 가족, 퇴직자들에 대한 과도한 연금제도와 의료보험 부담이다. 강성노조체제에서 만들어진 이 조항으로 인해 두 회사는 한해 순익을 웃도는 45~50억달러를 지출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빅3의 몰락을 방관하지는 않겠지만 이 비용을 줄이지 못할 경우 정상화 기대는 접어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나 업계는 "아시아권 국가의 환율조작으로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휘청거리게 됐다"며 화살을 한국·일본·중국 등으로 돌리고 있다. 우리가 내부적으로 빅3의 불행을 반면교사 삼으면서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미 도요타는 ‘GM 구하기’역할을 자처하며 대미 수출가격을 올리겠다고 선수를 치고 나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