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이고 그 동안 사각지대로 남아있던 전남·충남 해안 일대와 강원·전북·충북 내륙 오지에 이르기까지 땅 값 오름세가 전국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참여정부 초기 행정수도 이전지인 충청권을 중심으로 불붙기 시작한 땅값 상승세가 정부의 잇단 초대형 지방 개발 프로젝트들을 등에 업고 전국 각지로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설 충청권을 비롯해 180여개 공공기관과 용산 미군기지 등 대형 국가기관 이전 호재 지역, 민간자본이 투입될 기업도시 시범사업지(4~5개 지역)와 집적형 산업단지가 들어설 혁신클러스터(11개 지역) 등 대규모 신규 택지개발 지역의 땅 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방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목표 아래 ‘주요 기관의 지방이전’과 ‘지방 개발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병행 추진하면서 전국이 온통 땅투기장화 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주변에서는 ‘충청도에 지금 땅을 사면 5년 뒤 5배, 10년 뒤 10배 뛴다’, ‘전남 해남의 평당 5만원 임야가 10년 뒤 100만원 간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예측이 무성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실제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서는 충남은 정부가 오래 전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수용지가 아닌 곳을 중심으로 올해 들어서만 50% 가량 지가가 올랐다. 기업도시 후보지로 떠오른 강원도 원주, 충북 충주, 충남 태안, 전남 해남·영암과 무안, 경남 하동·전남 광양, 경남 사천 등도 내달 최종 시범사업지 발표를 앞두고 임야의 값이 치솟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과 각 지방자치단체장까지 표심을 의식해 실현성이 낮은 서울공항 이전 등 각종 개발·이전 계획을 경쟁적으로 흘리면서 전국이 ‘개발 공화국’이 된 것처럼 들썩이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이 예정된 평택·오산 일대는 최근 1~2년 새 2배 이상 오른 땅값이 올 들어 20% 이상 더 뛰었다. 서울공항 인근도 정치권의 잇단 선심성 발언으로 30% 가까이 상승했다.
정부는 지난 주 서둘러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등 토지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으나 추진되는 국책사업이 워낙 대형인데다 전국을 대상으로 투기심리가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땅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소외됐던 지방을 살기 좋은 곳으로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해 땅값을 들먹이게 해 놓고 땅값을 잡겠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넌센스"라며 "정부가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면서 개발이익은 형평성 있게 환수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땅값 폭등 문제가 풀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행정·기업도시 후보지 가보니…/ 전남 영암 관리농지 올 평당30만원 올라
"더위도 일찍 찾아왔는데 휴가나 떠나야겠습니다."
8일 행정중심 복합도시 예정지역인 충남 연기군 금남면 일대 중개업소는 대부분 문을 닫고 임시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가 부동산 잡기 대책으로 토지 가격 급등지역에 전방위 세무조사를 시작하면서 부터다. A중개업소 신모(45)씨의 얘기. "여당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거래가 뜸하더니 국세청의 단속으로 시장이 아예 조용해졌습니다. 이 달 말 행정중심 복합도시 예정지역에 대한 결정고시가 있으면 다시 꿈틀거리겠지요."
충남 연기·공주 주변지역은 오는 11월로 토지 보상 착수시기가 확정되면서 이미 땅값이 크게 올랐다. 대토(代土) 수요가 예상되는 조치원읍과 서면 등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행정수도 위헌여파 이전 최고가격을 회복했거나 더 올랐다. 보상이 시작되면 돈이 풀리면서 주변 땅값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기군 금남면의 경우 행정중심 복합도시 수용 대상 지역은 가격 움직임이 없지만 수용 예정지 주변 일대는 위헌여파 이전 가격을 훨씬 넘어섰다. 금남면 연곡·두만리 일대 관리지역 농지는 지난해 10월 위헌 결정 뒤 평당 3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평당 50만원 선을 회복했다. 연기군 1번 국도변 관리지역은 평당 40만~120만원, 도로 안쪽 관리지역은 평당 15만~40만원 선에 거래된다.
복합레저형 기업도시 호재를 업고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했던 전남 해남군과 영암군 일대도 올해 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매입문의가 꾸준하다. 특히 외자 유치로 카지노 등이 대규모로 개발되면 바다가 보이는 땅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해남군 B공인 이모(50)씨는 "고객들이 도로변이나 바다조망이 가능한 땅을 많이 찾는 편"이라며 "토지거래허가 규제가 없는 영암군 삼호읍을 중심으로 관리지역 농지가 연초에 비해 평당 20만~3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기업도시 유력후보지인 강원 원주지역은 토지투기지역 지정으로 거래가 뜸한 가운데 가격은 큰 변동이 없다. 기업도시 후보지인 호저·지정면 관리지역 농지는 평당 30만~50만원선으로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교통여건에 비해 토지 가격이 저평가된 인근 횡성 지역에 대한 문의가 많은 편이다. 횡성군의 관리지역 농지는 10만원에서 13만~15만원선으로 수직 상승하는 추세다.
원주시 C공인 장모(40)씨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자금이 개발호재 지역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강원도 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이후 횡성읍에서 우천면으로 이어지는 땅들의 거래가 살아나면서 시세도 20%가량 올랐다. 유일한 산업교역형 기업도시 후보인 전남 무안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후 거래가 한산해지면서 호가만 유지되고 있다.
파주신도시 개발에 따른 보상 등으로 연천과 철원 등 주변 지역 토지시장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파주 지역 땅값이 크게 오르고 거래가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이 토지거래허가 규제가 없는 주변 연천과 철원으로 대거 이동했다. 연천군 C공인 김모(47)씨는 "일부 토지는 작년 봄에 비해 2~3배 올랐고, 지난해 12월 이후 매수문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연천지역 관리지역 땅값은 평당 10만~20만원, 철원은 평당 5만~15만원 선이다. 특히 연천지역 도로변 관리지역 땅값은 30만~100만원을 호가한다.
김혁기자 hyukk@hk.co.kr
■ 폭풍전야? 내달 공공기관 이전지·기업도시 확정
현재 전국 토지시장은 폭풍 전야의 상태다. 충청권 중심의 개발계획이 확정된 행정중심복합도시와는 별개로 전국적으로 땅값 폭등을 가져 올 초대형 호재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먼저 내달 초에는 수도권 소재 주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지가 확정, 발표된다. 180~200개에 달하는 주요 공공기관의 이전지가 정해지면 해당 지역 땅값이 급등할 전망이다. 공공기관 이전 대상이 전국에 걸쳐 고르게 분포될 예정이어서 파급 효과는 더 넓고 클 수밖에 없다. 6월 중순에는 기업도시 시범 사업지 4~5곳이 확정된다. 현재 강원 원주, 전남 해남·영암, 충남 태안군 등 사업지 신청에 들어간 8개 지역의 땅 값은 이 달 들어 20% 이상 올랐고, 나온 매물마저 상당수 회수된 상태다.
시범 사업지 4~5곳이 확정되면 해당지역 지가 급등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으로 잠시 숨을 고르던 전국 토지시장이 다시 한번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건교부가 최근 발표한 전국 지가 동향에 따르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는 충남 연기군은 올해 3월 한달 동안 무려 6.34%가 급등했다. 인근의 충남 논산시(4.75%), 공주시(3.73%), 천안시(2.55%) 등도 초강세를 보였다.
또 기업도시 시범 사업지 후보군의 하나인 충남 태안군(1.62%), 전남 해남(1.30%)·영암(1.35%)군 등도 땅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정부가 지난 주 토지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지만 진정 효과가 클 것 같지는 않다. 정부가 추진중인 국책사업은 향후 10여년에 걸쳐 계속될 대형 프로젝트들이어서 기존의 규제책을 보완하는 정도로는 근본적인 치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송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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