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 인근 타이베의 팔레스타인 올리브 재배 농민들은 2년 전 모든 희망을 잃어버렸다. 이스라엘이 설치한 보안 장벽으로 국경이 막혀버리는 바람에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올리브 수출이 불가능해졌기 때문. 그런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페어 트레이드’(Fair Trade:공정거래) 운동을 이끄는 프랑스의 무역회사 알터에코가 대신 올리브를 수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가격 또한 시장 가격보다 무조건 높게 주겠다 하니 더없이 반가웠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7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페어트레이드 운동을 소개했다. 이 운동은 다국적 기업과 중간 상인들에게 이익의 대부분을 빼앗기는 제 3세계의 농민들을 돕자며 유럽 시민단체와 회사를 중심으로 20여 년 전 시작했다. 거래하는 제3세계 농민은 80만 명, 무역 규모는 5억불에 달한다. 특히 지난 4년 동안만 교역량이 3배 증가하는 초고속 상승세다. 참여국도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등 20여 개 이상으로 늘었다.
그 주된 이유는 세계화 때문에 소외 받는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인식의 확산이다. 프랑스 국민의 경우 2000년 페어트레이드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56%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 광우병, 유전자 조작 농산품 등 먹거리에 대한 안전 문제와 환경 보존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면서 가격은 비싸지만 안전도와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물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위스의 주요 대형 할인 매장에는 페어트레이드 마크가 새겨진 바나나가 세계 1위 돌(Dole)사의 바나나를 밀어낸 채 1년에 1만 톤씩 팔리고 있다. 스타벅스, 던킨 도넛, 벤 앤 제리 아이스크림 등 세계적인 체인 업체도 매장 내에 공정거래 제품을 늘리는 추세다.
페어트레이드의 탄탄대로를 가로 막는 장벽 또한 곳곳에 있다. 특히 물밑 듯 밀려오는 값싼 제품의 도전이 만만찮다. 세계 경제의 불황으로 지갑이 가벼워진 소비자들이 마음으로는 공정거래를 지지하면서도 실제로는 질이 떨어지더라도 싼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진 때문이다. 고소득층 중에서 의류, 장식품 등은 고가를 사는 대신 생활 필수품은 싼 것을 사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생활 필수품을 주로 다루는 이 운동을 어렵게 한다. 덴마크에서는 지난 3년 동안 공정거래로 팔리는 커피양이 20% 줄어들었다.
관계자들은 "냉정한 소비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 생산자들은 품질 향상에 더욱 노력해야 하고 공정거래 회사들은 홍보에 힘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공정거래운동 (Fair Trade)
공정거래운동은 선진국의 소비자, 유통업자가 제3세계의 농산물, 수공예품 등을 직접 수입·판매해 생산자에게 보다 많은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세계화 때문에 아무리 피땀을 흘려도 이익은 다국적기업에게 몰리고 제3세계의 생산자들은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문제 인식에서 시작됐다. 방법은 수입상이 현지 생산자와 직접 협상을 통해 최저가격을 보장하고 장기 거래 계약을 맺으면 생산자는 이후 시장가격이 아무리 내려가더라도 정해진 최저가 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영국 스위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돼 20여 개 국 이상에서 커피 설탕 바나나 의류 등 60여 개 품목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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