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의 구강 건강은 해마다 나빠지고 있다. 12세 아동의 충치 증가 양상을 보면 1971~73년에는 1인 평균 충치 경험 영구치 수(충치가 있거나 치료를 받은 영구 치아의 수)가 0.6개로 당시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76년 2.3개, 91년 3.03개, 92년 3.1개로 해마다 늘어만 간다. 영구치 충치 경험률은 12세 아동이 55%나 되고 35~44세에서는 83.3%, 65~74세에서는 98%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중 최고치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오늘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는 국민 한 사람이 평균 3개 이상의 영구치에 충치를 가지고 있으며, 영구치에 충치가 있는 사람은 대도시 인구의 무려 75%나 된다는 사실이다. 예방 중심의 공공 의료나 국가 주도의 예방 사업은 아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 이상이 완전 틀니가 필요한 상태다.
구강병 중에서도 발생 빈도가 높고 치아 기능 장애의 주요 원인이 되는 질병은 충치와 잇몸병이다. 따라서 충치와 잇몸병을 2대 구강병이라 하여 구강 보건 분야에서는 이를 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치아를 상실하게 되는 원인 중 87.6%가 충치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부 지방정부의 무관심과 불소 농도 조정 사업을 반대하는 집단 때문에 충치 예방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구강 건강 악화는 삶의 질 저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동물의 경우 이빨을 상실한다는 것은 바로 죽음과 직결되는 문제다. 우리는 구강병이 예방을 통해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한 분야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아울러 치과 관련 진료비는 가정 경제에도 무시하기 어려운 손실 요인이다. 90년 대비 2000년에는 240% 이상 증가했다는 의료보험 급여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경제적 조건의 어려움과 반대로 구강병 때문에 지불되는 금액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지고 있다. 이제 국민 구강 건강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의료계와 민간, 기업, 정부 등이 함께 국민 치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구강병은 예방을 통해서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 각계각층의 참여가 클수록 예방 사업은 비용은 절감되고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송학선 충치예방연구회장·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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