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도박이 세계무역 분쟁의 새 어젠다로 급부상하고 있다. 카리브해의 소국 안티구아가 2년 전 미국과 무역분쟁을 일으킨 온라인도박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이 미국진출을 노리는 온라인 도박업체들의 합법화를 추진하면서 최근 대서양 양안의 새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2,000여만 명이 인터넷을 통해 도박을 즐기고 있지만 몇몇 주에서만 경마 등 제한된 범위의 온라인 도박을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도박 웹사이트들은 미국 국경 밖에서 운영되고 있다.
영국 의회는 지난달 해외 온라인 카지노 운영자들에게 자국 내에서 사무실을 내고 합법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영국도박법’을 통과시켰다. 해외에서 운영되고 있는 도박 웹사이트를 찾는 영국인이 320만 명에 달하자 국내 오프라인 카지노 업체가 무너질 것을 우려해서다. 프랑스 정부도 온라인 도박을 제도권으로 흡수, 세금을 통한 재정수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온라인도박이 도덕성을 해치고 돈세탁 등 범죄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미국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특히 "가정에서의 도박사이트 접속이 아이들의 도박중독을 부추길 수 있다"며 최근 코스타리카에 본거지를 두고 도박웹사이트를 운영한 17명을 기소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새 도박법이 발효되는 1년 후면 미국-영국 간 무역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반발에도 불구, 영국에 합법적으로 본거지를 둔 도박업체들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도박웹사이트 운영자들은 미국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유럽을 선택하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적극적인 로비를 벌이며 회원국 25개국을 도박 단일시장으로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애매한 입장도 도박분쟁을 부추기고 있다. 2003년 안티구아가 미국의 온라인도박 금지로 피해를 입었다며 낸 소송에 대해 WTO는 1심에서는 안티구아를, 2심에서는 미국의 손을 들어 주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간 거래액이 75억 달러 규모인 온라인 도박시장이 5년 내 최소 2배 이상 급성장 할 것"이라며 "미국이 앞으로도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WTO는 이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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