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디자인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K씨는 사이버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필생의 사업으로 동양에서 제일 좋은 실버타운을 건설하는 꿈을 갖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음식점을 경영하는 L씨는 젊을 때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공부를 마치지 못했는데 이제 시간이 나서 사이버대학의 특수교육학과에 등록했다. K시의 세무서장인 H씨는 컴퓨터정보학과에 등록하여 공부를 하고 있다. 세무행정이 모두 전산화되어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 관리하기 위해 컴퓨터정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한 것이다. 한편 모 사이버대학에는 금번 사법고시에 2명이 합격하는 쾌거를 이룩했으며 또 다른 사이버대학에서는 800여명의 졸업생들 중에 유명대학 대학원에 55명이나 입학하였다.
위와 같은 사례는 사이버대학에 다니는 수많은 학생들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만큼 향후 원격대학들이 앞으로 사회에 미치는 교육적 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매년 2만 명 이상의 직장인, 주부, 기업인, 자영업자, 공무원, 종교인들이 더 배우기 위해 사이버 대학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흔히들 21세기를 지식정보화시대라고 일컫는다. 지식정보화사회는 그야말로 노동과 자본이 아닌 지식 혹은 지식근로자가 중요한 생산요소가 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회를 말한다. 지식정보화시대에는 지식의 창출, 확산, 응용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기 때문에 이를 학습, 습득하지 않으면 개인이건 국가건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 그러나 이렇게 폭증하는 지식정보를 습득하는 데 학교교육으로만 충분치 못하다.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한 개인이 일생을 통해 얻는 지식의 15%만 학교교육으로 충당이 되고 나머지 85%는 직장재교육 등 평생교육을 통해서 습득된다고 한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학교교육을 마치고 5년 후가 되면 학교교육은 거의 쓸모가 없어진다고 한다. 그만큼 지식정보화시대에는 지식 사이클이 짧아진다.
한편 산업구조도 지식정보화사회의 가속화에 따라 급변해 새로운 업종이 탄생하고 전통적인 업종은 사라진다. 이제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고 평생직업을 지나 이러한 급변하는 산업구조에 맞는 유연성 있고 다기능적 지식인이 요구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인구의 7.1%가 65세 이상의 노인으로 구성된 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평균 연령의 증가와 함께 이제 은퇴 이후의 노년생활을 짧게는 15년 길게는 25년 동안 보내야 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평생교육의 여건이 선진국에 비해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아직 기업의 사내교육과 인력개발프로그램은 충분치 못하고 국가차원에서의 지원도 미약해 개인의 재교육과 능력개발은 각자의 경제적 능력과 의지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평생교육 대상자는 직장인 내지 가정주부들로서 그들은 직장 혹은 가사와 함께 학업을 병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시간적 공간적으로 제약이 따르는 오프라인 기관에서 공부하는 것은 면대면 교육방식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의 대안으로 최근 주목을 끄는 교육방식이 바로 원격대학이다. 사이버대학 혹은 디지털대학이라 불리는 원격대학은 입학에서 졸업할 때까지 모든 학습과정을 인터넷으로 진행하는 교육방식으로 지식정보화시대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에 걸맞은 교육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학습자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내용을 공부할 수 있는 자기주도의 개별화된 학습방식이다.
현재 전국에 17개의 원격대학이 있으며 그 중 15개 대학은 4년제 학사학위과정대학이고 2개 대학은 전문대학이다. 2005학년도에 2만3,350명의 신·편입생이 원격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그 중 많은 경우는 고졸 혹은 전문대졸생이지만 대졸 이상의 직장인이 재교육을 받기 위해 등록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원격대학에는 복지관련, 교육관련, IT관련, 어학관련, 경제경영관련 등 다양한 학과가 개설되어 있으며 실무적이고도 현장적응력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원격대학은 특히 평생교육시스템에서 학교교육과 성인교육을 연결 짓는 가교역할을 함으로써 학사학위 미소지자의 직장인에게 대학교육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학사학위는 일반대학과 같은 교육부 학위인정과정으로서 졸업 후 대학원과 취업에 동등한 자격을 부여받는다.
원격대학은 대규모의 불특정다수에게 지식을 동시에 전파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의 본래 기능의 하나인 지식의 확산과 전수에 거의 폭발적인 기능을 한다. 그리고 학습자에게는 일반대학의 절반 이하의 등록금으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경제적이고도 효율적인 교육방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이버 상에서 학습이 진행되기 때문에 반복학습이 가능하며 강사와 학생 간의 일대일 학습의 효과를 가진다. 그리고 교수와 학생 간에 오프라인 상에서 자주 만나 그룹 스터디를 진행함으로써 사이버교육상의 단점을 보완하기도 한다. 원격대학은 지구 땅 끝에서도 입학하여 수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속성상 글로벌대학이라 할 수 있으며 실제 많은 해외거주자들이 원격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따라서 원격대학은 교육의 국제화를 통해 세계적인 교육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특히 원격대학은 전국의 산간벽지 도서지방까지 낙후된 지역에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소외계층, 교육 비수혜층에게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교육기회의 균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원격대학은 운영상의 문제점도 없지 않다. 첫째 원격대학은 평생교육법에 근거하여 설립됨으로써 모든 국민에게 열린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학사학위를 주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그러나 아직 학사학위를 주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인식이 결여돼 시대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응분의 사회적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둘째 원격대학은 대학과정과 함께 대학원까지 일련의 과정이 연계되어 있어야 한다. 현재 원격대학원은 오프라인대학에서 일부 허용되고 있으나 원격대학에는 아직 정부가 허용하고 있지 않다. 원격대학원은 원격대학에서 설립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타당하기 때문에 하루빨리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으로서 원격대학의 역할과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이 미약한 편이다. 사립일반대학과 방송통신대학의 경우 많은 예산을 지원받는 반면, 17개 원격대학은 예산지원이 빈약한 편이다.
마지막으로 원격대학들도 스스로 과잉경쟁을 자제하고 특성화 하도록 노력하는 한편 콘텐츠의 질과 학사관리를 엄정하게 하여 원격대학의 위상과 명성을 찾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영세 전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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