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을 담았던 나무 상자, 찌그러진 깡통과 병뚜껑, 버려진 나무토막, 쓰고 남은 철사 조각, 녹슬고 구부러진 못…. 화가와 조각가인 부부가 이런 것들로 예쁜 그림책을 만들었다. 글을 읽지 않고 그림만 봐도 세상에 버리는 물건은 없구나, 다 쓸모가 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하게 만들, 환경과 재활용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예쁜 책을. 네 살 배기 딸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화가인 엄마가 짤막한 동화를 썼다. 조각가인 아빠는 생선 박스를 주워다가 쪼개고 잘라서 알록달록 색칠한 다음 그 위에 온갖 잡동사니 폐품들을 붙이고 조합해서 그림 작업을 했다. 색감이 화려하고, 거친 나무 표면 위에 앉힌 귀여운 소품들이 친근감이 넘친다.
‘고물자전거’는 고물자전거가 휠체어로 거듭 나는 이야기. 밖에 나가 놀고 싶지만 몸이 불편한 소녀와, 소녀를 태우고 나들이를 하고 싶지만 망가진 고물자전거는 덕분에 모두 행복해진다. 아빠가 고물자전거로 휠체어를 만든 것이다.
‘아기고양이 미로’의 그림 재료는 찌그러진 깡통이다. 미로의 얼굴과 몸통은 납작 눌린 깡통, 코는 병뚜껑이고 수염은 철사 조각이다. 밤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찌그러진 깡통을 만난 미로가 그 깡통을 분리수거대 그물에 넣자 그 안에 있던 많은 깡통 친구들이 반긴다는 아주 단순한 줄거리를, 원색의 나무 판지 화면 위에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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