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정치 비평과 신랄한 유머가 ‘죽(竹)의 장막’에서도 통할까? 퓰리처상까지 탄 미국의 저명한 시사만화가 팻 올리펀트(70)가 중국에 진출한다. 6월 말부터 베이징의 2대 일간지인 ‘베이징청년보’를 통해 중국 독자들과 만난다.
100만부나 발행하는 이 신문은 1955년 공산당 청년연맹이 창간한 대표적인 당 기관지. 미국 시사만평의 중국 진출 자체가 처음인데다 연재 작가가 통렬한 풍자로 정평이 난 ‘현존 최고의 시사만화가’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정치뿐 아니라 국제 문제를 자유분방한 시각으로 다뤄 온 올리펀트의 작품이 과연 여과 없이 게재될 지가 우선 관심사다. 중국 공산당의 언론 사전 검열과 통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리펀트는 낙관적이다. "반드시 중국을 주제로 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미국의 정치문화를 비꼬는 만평을 그려도 중국 독자들은 ‘우리도 정치 지도자를 충분히 풍자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귀중한 메시지를 얻게 될 것입니다. 어떤 사회에서든 지도자들은 반드시 비판과 평가의 대상이 돼야 하기 때문이지요." 5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캔자스주립대에서 중국학을 가르치는 존 케네디 교수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가 올리펀트의 공격적인 만평을 싣는다는 것은 거의 ‘혁명’에 가까운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매트 데이비스 미 시사만화가협회장은 "중국에서는 정치 쟁점이나 관료사회의 부패 등에 대한 보도가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며 "중국인들은 (올리펀트의 만평을 통해)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표현의 자유의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리펀트는 호주 출신으로 64년 미국으로 이주해 콜로라도주 지역 신문 ‘덴버 포스트’에서 정치만평을 시작했다. 이듬해 미국 최초로 신디케이트(여러 곳에서 기사, 칼럼, 사진, 카툰 등을 받아 여러 매체에 판매해 주는 회사) 만화가로 전업한 뒤 40여년간 린든 존슨부터 조지 W 부시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의 캐리커처는 물론 워터게이트와 베트남전, 공산권 몰락, 이라크전쟁 등 주요 정치·사회적 이슈를 촌철살인식으로 기록해 왔다. 현재 유니버설 프레스 신디케이트(UPS)를 통해 전세계 언론에 보급되는 그의 만화 독자는 수억 명이나 된다.
67년 시사만화가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받았지만 이후 시상 제의에 대해서는 "퓰리처도 비평 대상"이라며 계속 거부하고 있을 정도로 비판정신에 투철하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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