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게 웃으며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 노는 아이들. 어린이날이 들어있는 5월이면 TV 등 여러 매체에는 순진무구하고 즐겁기 만한 표정의 어린이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일본 NHK 사회부 기자 출신인 다키이 히로오미(瀧井宏臣)는 현실 속의 어린이들은 그렇게 즐겁지 않다는 것을 밝혀냈다. 오히려 아이들의 생활은 위험으로 가득 차 생명을 위협 받을 정도였다.
저자는 생후 5개월 된 자기 아이가 온몸에 습진이 퍼져 잠들 수 없을 정도로 가려움에 시달리고 하루 4시간도 제대로 못자는 등 심한 아토피 증상을 보이는 것을 경험했다.
아내와 아이를 돌보며 교대로 밤을 새던 그는 아이의 참담한 생활을 보면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고 싶어 심층취재에 들어갔다. 1999년 직장을 그만두고 4년간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실제 생활을 추적해 아이들이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를 낱낱이 공개했다.
저자는 취재를 시작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늘어만 가는 아토피에 걸린 아이들, 무표정한 아이들, 밖에서 뛰어 놀지 않고 집에서 TV만 보는 아이들, 늘 피곤해 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분명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는 아이들이 ‘라이프 해저드(Life Hazard·생활의 파괴)’에 놓여 있다고 했다.
2002년 10월 어느 날 오카야마현 쓰야마시의 사쿠요 어린이집. 오전 9시에 아이들의 체온을 측정해보니 정상 체온(36~37도)에 못 미치는 아이들이 절반 이상이다. 늦은 취침으로 아이들의 생체 리듬이 3, 4시간 늦춰졌기 때문이었다. 밤에 자는 동안 체온이 떨어지고 아침에 깨면 차츰 체온이 올라가 오후 3, 4시를 정점으로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집에서 늦게 자니 수면시의 저체온 상태에서 벗어나 체온이 미처 올라가기도 전에 어린이집에 오게 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낮에는 정신이 멍하고 밤에는 체온이 내려가지 않아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체온 외에 아이들의 생활을 살펴보니 하루 평균 걸음 수도 부족한데다가 운동량, 수면시간도 부족했고 아침을 거르고 아침에 배변을 하지않는 등 전반적으로 생활 습관이 흐트러져 있는 아이가 많았다. 이 밖에도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 노는 시간보다 TV를 시청하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도쿄에서 1999년 세 살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떤 인자에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아이가 전체의 41.9%에 달했다. 아토피성 피부염이 가장 많았고 음식물 알레르기,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순이었다. 알레르기성 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은 유전, 주거환경, 대기오염, 식생활 변화, 라이프 스타일 등 여럿이 있는데 저자는 일단 그 주범을 서구화된 식생활로 보고 있다. 그는 위장 기능이 미숙한 유아기 아이들은 오랫동안 섭취해 온 전통 음식을 먹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혼자 밥을 먹는 아이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놀이를 빼앗긴 아이들 등 총10장으로 나눠 어린이들의 생활상의 문제들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려면 가정에서의 식 습관과 수면 등 기본적인 것들을 부모가 함께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문제가 어른들이 자신들의 잘못된 생활 패턴에 아이들을 끌어들인 데서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환경 오염과 각종 화학 물질의 영향 등 거시적인 요인이 아닌 가정에서 문제점을 찾게 된 그는 아이들은 ‘잘 자고 잘 먹고 잘 노는 것만으로도 잘 자랄 수 있다’는 너무 당연한 사실을 인식시켜주며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부모부터 바뀌어야 함을 누차 강조한다.
조윤정기자 yjc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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