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임원 시절 ‘문책 경고’를 받은 A씨가 최근 모 금융지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금융 당국과의 마찰로 현직에서 물러난 지 불과 6개월 만이다. 그는 임원 시절 금융감독 당국에서 회계처리 문제와 관련해 징계를 받아 3년 간 은행 임원으로 재선임될 수 없는 처지이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임원 선임에 자격 요건이 없어 ‘지주회사 임원 행(行)’에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6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 권역별로 큰 격차가 있는 임원 선임의 자격 요건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금융계에서 나오고 있다. 금융 권역 간 겸업화와 복합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감독 규정도 환경 변화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당장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 금융지주회사다. 금융지주회사는 은행 등 금융회사를 100% 자회사로 두고 실질적인 지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업을 직접적으로 영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원 선임에 특별한 자격 요건이 없다. 극단적인 예로, 금융 당국에서 문책 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은 은행장이 모회사인 지주회사의 회장 등으로 즉각 승진 이동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업무 영역이나 역할과 규모 등이 달라 권역 간 규제 차별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해도,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업종별로 규제 요건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도 많다.
은행은 문책 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은 임원에 대해 3~5년간 임원 재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굳이 은행이 아니라 다른 금융 권역에서 제재를 받았더라도 해당 기간에는 은행 임원이 될 수 없다.
보험권의 임원 선임에 대한 감독 규정은 이보다 다소 약하다. 제재를 받으면 3~5년간 임원 재취업이 제한되는 것은 동일하지만, 은행 증권 등 다른 금융 권역에서 제재를 받은 임원에 대해서는 제한 규정이 없다. 증권사나 카드사, 상호저축은행 등은 아예 감독 당국의 제재를 이유로는 임원 자격 요건을 제한하지 않는다.
금융감독 당국도 재정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에 임원 자격요건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재정경제부 등과의 협의를 통해 규정 개정 등을 검토해 보겠다"며 "일각에서는 은행 보험 증권 등 적어도 3개 권역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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