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몸, 아름다운 동작. 그런 건 잊어버려라. 여성 안무가 맥 스튜어트의 ‘망가뜨리기 연구’(1991)는 그렇게 말한다. 1990년대 현대예술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조화로운 몸과 동작을 망치는 방법을 보여주는 ‘망가뜨리기 연구’의 결과다. 한국현대무용협회가 주최하는 ‘Modafe(국제현대무용제) 2005’는 개막 무대(24일 오후 8시 문예진흥원 대극장)에 이 작품을 올린다. 무용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릴 만한 선택이다.
27일 선보일 제롬 벨의 무용극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더욱 황당하다. 주최측 설명에 따르면 ‘똑똑히 보면 볼수록 더 우둔해진다.’ 누구나 아는 18곡의 팝송에 맞춰 스무 명의 연극배우가 각자 멋대로 움직인다. 예컨대 ‘흔드는 게 좋아’ 라는 노랫말이 나오면 바지춤을 내리고 성기를 꺼내 흔드는 등 저마다 막춤을 춘다. 관객들을 ‘도대체 예술이 뭐냐’ 는 고민에 빠뜨릴 작품이라고 한다. 개념예술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젊은 안무가 제롬 벨의 유쾌한 도발이다. 이 작품을 흉내내서 한국 유행가들로 재구성한 국내 개념미술가 사사의 ‘쑈쑈쑈-‘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를 재활용하다’(30일)와 나란히 보면 더 재미있겠다.
Modafe는 현대무용의 최신 흐름을 소개하는 축제. 매년 이 행사를 기다리는 고정팬이 많다. 올해는 6월7일까지 서울 대학로의 문예진흥원 예술극장과 서강대 메리홀에서 해외초청작 6편과 국내 초청공연 4편, Modafe 자체 제작공연 4편으로 관객을 맞는다. 90년대 이후 등장한 외국의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비롯해 국내 신진 안무가들의 작품까지 한 자리에 모았다.
올해 주제는 ‘몰락하는 문명, 탈출하는 육체’다. 이번 축제의 프로그래머 김성희씨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이념의 시대는 끝나고, 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아름다움과 조화에 탐닉하던 근대적 육체에서 벗어나려는 성찰적인 작업과, 혼합·혼성을 옹호하는 다문화주의가 예술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첫 내한공연 ‘블러쉬’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벨기에 무용가 빔 반데키부스의 신작 ‘순수’도 큰 관심거리다. 7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내놓을 작품을 서울에서 먼저 공개한다. 그의 작품은 도발적이고 극단적인 미학으로 유명하다.
2003년 Modafe에서 입장권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됐던 덤 타입은 최신작 ‘여행’을 갖고 온다. 1984년 일본에서 결성된 이 단체는 미술, 작곡, 컴퓨터 프로그래밍, 디자인, 문학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 집단. 퍼포먼스와 극예술, 설치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놀라운 디지털 영상과 섬세한 비디오 믹싱, 극단적 템포 감각의 충격적이고 전위적인 작품을 해왔다.
이밖에 2000년대 들어 세계 무용의 별로 떠오른 야스민 고더, 실험연극의 대가인 로버트 윌슨의 안무자로 유명한 벨기에 무용가 알코 렌즈,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안무가 하선해, 지난해 독일로 활동무대를 옮긴 안은미 등이 올해 축제에 참여한다. Modafe 2005의 자세한 정보와 일정은 축제 홈페이지(www.modafe.org) 참조. (02)738-3931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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