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헝가리계 알타이학 연구자인 데니스 사이노어(Denis Sinor)가 처음 썼다는 ‘중앙유라시아’는 우리가 흔히 아는 중앙아시아보다 훨씬 포괄적인 지역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동유럽에서 동북아시아까지, 북극해에서 카프카스, 힌두쿠시 산맥, 파미르 고원, 쿤룬(崑崙) 산맥, 황허(黃河)에 이르는 구대륙의 대부분을 포괄하는 드넓은 땅이다.
생각해보면 말뿐 아니라 그 지역 또한 우리에게는 심히 낯선 게 사실이다. 몽골이 가깝다면 가까울 수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만 못한 것이 분명하고, 동포들이 옮겨가 살고 있는 중앙아시아가 영 남의 땅처럼 여겨지지 않지만 개화 이후로 우리와 급격히 가까워진 미국이나 유럽만큼 친숙하지 못하다.
몽골(사진)을 위시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의 내몽골자치구, 신장위구르자치구, 티베트자치구, 러시아의 부랴트공화국, 투바공화국, 바슈키르공화국, 타타르공화국 등의 역사를 통사 형태로 다룬 ‘중앙유라시아의 역사’를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유목민족사, 실크로드사라는 이름으로 이 지역의 역사를 소개한 책이 전혀 없던 건 아니지만 예전의 책들은 주로 중세 이전까지 이 지역의 유목민들이 세계를 호령했던 화려한 역사를 조명하려는 의도가 컸다. 고마쓰(小松) 도쿄(東京)대 교수 등 일본의 중앙유라시아 연구자 7명이 함께 써서 4년 여 전에 냈던 이 책이 의미 있는 것도 그 지역의 역사를 전체로 온전하게 복원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초원과 사막, 그리고 그곳 원주민들의 고·중세 역사와 근·현대사를 종합해서 다루고 있다. 황량한 사막에서 삶을 영위한 오아시스 정주민(쿠샨조, 둔황 등)이 어떻게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으며, 거친 초원에서 일어난 유목민이 어떻게 강대한 제국(몽골, 티무르)을 건설했는지, 또 그토록 찬란했던 문화가 쇠락하고 제국이 몰락한 이유는 무엇이며 그 후 어떤 과정을 거쳐 강대국에 예속되어 지금에 이르렀는가를 시간 순으로 설명해 나가고 있다. 다른 개설서와 달리 근·현대사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 점도 눈에 띈다. 단순 번역이 아니라 옮긴이인 국민대 한국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이 내용을 대폭 보완하고 원서에 없는 컬러 도판을 넣어, 국내의 중앙유라시아 연구자들이 더 참신한 책을 낼 때까지 튼실한 개설서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만하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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