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간에 수사권 조정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흠집내기’에 나서는 등 양측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은 검찰이 내사종결한 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검찰은 경찰 비리에 대해 잇달아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물론 양 기관은 정상적인 수사행태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정면 대결 사태에 대비해 서로의 약점 찾기에 나서는 ‘이전투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 북부지검은 6일 범죄사실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피의자에게 돈을 받은 인천 모 경찰서 소속 김모(52) 경감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경감은 지난해 6월 보험사기 혐의로 모 병원을 조사하던 중 "사건을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달라"는 이 병원 박모 이사에게 현금 400만원을 받는 등 4차례에 걸쳐 총 1,8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외견상 비위경찰관에 대한 수사이지만 이미 지난해 무혐의로 최종 처리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다시 수사를 벌여 당시 수사관인 김 경감의 뇌물수수를 밝혀낸 것은 기존 수사관행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경관의 비리에 대한 첩보가 입수돼 자체적으로 재수사를 벌였다"고 밝혔고, 대검찰청도 "통상적인 공직부패 수사의 일환일 뿐 수사권 조정과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나섰지만 주변에서는 검찰의 경찰 ‘군기잡기’ 차원으로 보고 있다.
그간 검찰은 경찰과 긴장관계가 형성될 때마다 고위 경찰간부를 구속하는 등의 공세를 취한 사례가 많았다. 검찰은 2003년에도 일선 검사들에게 업무실적 평가를 위한 기초자료로 경찰의 부당수사 및 뇌물비리 등 비위사례를 찾아낼 것을 지시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는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경찰이 수사권 독립에 대한 보고를 앞둔 시점이었다. 지난 2일에도 검찰은 부산지역 상당수 경찰들이 채용과정에서 가짜 무술 유단증을 구입해 합격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그간 파악하고 있던 경찰관들의 비리 첩보를 잇따라 입수해 내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이 내사 종결한 형사·교통 관련 사건에 대한 예전 자료 일체를 검찰에서 가져갔다"는 등의 소문이 돌고 있다. 경찰서의 한 간부는 "검찰에서 경찰비리 수사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몸조심하라는 지시를 서장에게서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검찰과 갈등이 터질 때마다 방어에 급급했던 경찰이지만 이번만큼은 예전과 달라졌다. 경찰은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대림아파트 건축과 관련, 검찰이 세 차례나 재수사를 지휘한 구청 공무원에 대해 네 번째 구속영장을 신청한 데 이어, 법무부 산하 교정청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또 인터넷 등을 통해 수사권 독립 당위성을 주장하고 인권위에 검찰의 형집행장 남발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 경찰간부도 "그저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항전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검·경 갈등이 소모전으로 치달을 경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많다.
윤순철 경실련 정책실장은 "수사권 조정 논의는 더 나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인데 양 기관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훈동 한국외대 교수도 "두 기관의 싸움이 길어지면 어느 누구도 수사권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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