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한 달 전 강원도 탄광촌 사북에서 벌어진 광부들의 항쟁을 소재로 한 청소년 소설이다. 사춘기를 건너는 열 여섯 살 소녀의 눈으로 본 사북항쟁이 마치 영화를 보듯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게 펼쳐지고, 그 과정에 소녀가 겪는 첫사랑의 열병이 겹쳐진다.
탄가루를 뒤집어 쓰고 사는 탄광촌 사람들과, 힘든 노동에 몸이 망가지면서도 언제 무슨 사고로 죽을지 모르는 막장 인생을 사는 광부들의 애환을 작가는 꼼꼼하게 그려간다. 주인공 수하는 그런 동네를 떠나고 싶어한다. ‘미운 오리 새끼’처럼 언젠가 백조가 되어 사북을 떠날 것을 꿈꾸던 수하는 사북항쟁이 터져 아버지와 동네 사람들이 빨갱이로 몰려 줄줄이 잡혀간 뒤에야 사북을 떠나게 된다.
훗날 어른이 된 수하는 "철 모르던 그 시절, 다행히도 나에게는 풋풋한 첫사랑이 있어 그 잔혹했던 봄날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한다. 수하의 잔인한 5월은 독자의 마음에 묵직한 여운을 던진다.
지은이 이옥수씨는 서초동 꽃마을 비닐하우스촌에서 살아가는 도시 빈민들의 애환을 비행 청소년으로 낙인 찍힌 주인공의 심리를 통해 그린 소설 ‘푸른 사다리’로 호평을 받은 작가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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