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이 북한 핵 문제를 두고 다시 의견을 나눴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가장 큰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 할 것으로 믿고 있는 중국의 최고 통치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뤄진 짧은 통신 회담이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의 회담 배경 및 내용 설명에서 두 정상간에 이전과는 다른 입장의 변화가 있었다거나 상호 견해차가 있었다는 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두 정상은 북한의 핵 개발에 우려를 공유했고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지속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6자 회담의 중요성은 여전히 두 정상간 대화의 끈을 잇는 공통 분모였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두 정상은 우리 모두가 공유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6자 회담 과정에서 함께 노력해왔으며 그 우려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쯤이면 지금까지 두 정상이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할 때마다 있었던 대외적 발표의 연장이다.
그러나 미·중 정상의 전화 회담이 주는 메시지는 북한 핵 위기가 점점 고조하고 있다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접촉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입장에선 다시 한번 중국의 고삐를 당기는 의미를 지닌다.
미국은 북한을 6자 회담에 복귀토록 하기 위한 중국의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조지프 디트러니 미 대북협상전담 특사는 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만일 누군가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면 그것은 중국"이라며 "우리는 중국이 더 많은 일을 할 것을 계속 요청한다"고 말했다. 후진타오 주석이 북한에 대한 압력 수위를 높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요구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의 핵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의 요구는 북한 방문을 앞두고 있는 후진타오 주석에 상당한 압박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두 정상간 통화가 부시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이뤄진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으로선 후진타오 주석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연쇄 회담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해일 효과’를 상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6자 회담 테이블로 나오라는 다른 참여국의 압력에도 불구, 북한이 계속 회담 참여를 거부할 경우 미국으로선 북한 핵 문제를 유엔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명분을 축적하게 되는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6자 회담을 통한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자신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유엔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열어 두는 두 가지 트랙을 상정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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