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의 소설가 김성동씨가 어린이를 위한 책을 처음 썼다. 한자 교양서 ‘김성동 서당’(전 2권)이다.
같은 종류의 책으로 어른들을 위해 ‘천자문’을 냈던 그는 어린 시절 유학자인 할아버지에게 한학을 배웠는데, ‘천자문’ 공부에 앞서 먼저 익히던 어린이 한자 자습서 ‘320자’를 갖고 이번 책을 썼다.
한자교육 붐이 일면서 많은 한자 학습서가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은 단순히 어려운 글자를 많이 아는 데 초점을 둔 게 아니고 사물의 기본 개념과 한자에 담긴 생각을 따라잡는 데 힘을 쓰고 있다. 이를테면 ‘비 우(雨)’는 ‘물방울을 머금은 구름이 하늘에 매달려 있는 꼴’이라는 설명과 함께 ‘눈 설(雪)’ ‘서리 상(霜)’ 자에 들어있는 물방울 모양새를 살피도록 해서 한자의 원리를 깨우치도록 하고 있다.
한자를 설명하면서 사람다운 삶의 도리를 돌아보고, 요즘 세상의 옳지 않거나 안타까운 세태를 지적해서 가슴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예컨대 ‘사람 인(人)’에서는 사람답게 사는 길과 평등을 말하고, ‘벌레 충(蟲)’ 자 하나를 놓고도 저마다 목숨 받아 태어난 생명체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사슴 몸뚱이에 쇠 꼬리, 말 발굽과 갈기를 지녔다는 상상 속의 동물 기린을 가리키는 ‘기린 린(麟)’을 설명하다 북한 땅에 산다는 꽃사슴과 불곰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휴전선 쇠울짱에 막혀서 꽃사슴도 불곰도 내려오지 못하는 분단 현실을 짚기도 한다.
언어를 다루는 소설가의 솜씨는 곱고 정확한 토종 우리말을 많이 쓴 글에서 확 드러난다. ‘알짬’ ‘뱀뱀이’ ‘펀펀한’ 등 요즘은 낯설어진 순우리말이 책 속에 가득 박혀있다.
책에는 사진과 그림이 많이 들어있다. 한자는 하늘에서 볼 수 있는 것들, ‘하늘 천(天)’ ‘날 일(日)’ ‘달 월(月)’ ‘별 성(星)’ ‘별 진辰)’ 등 한 줄기로 꿸 수 있는 것들을 다섯 자씩 묶어 본문에 길게 배치해서 한눈에 들어오도록 편집했다. 부록으로 이 책에 쓰인 순우리말 사전과 320자 자전을 한 권에 담은 손바닥 만한 얇은 책도 들어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