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으로 새 출발하는 서울시향의 단원 모집 오디션에서 기존 단원의 4분의 1이 탈락했다.
서울시의 6일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 오디션을 본 기존 단원 81명 중 61명이 합격했다. 아예 응시하지 않은 15명을 합치면 기존 단원 총 96명 중 3분의 1이 바뀌는 셈이다. 오디션 결과 기존 수석·부수석 중 5명은 일반단원으로 내려갔고 2명은 그만 뒀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된 이번 오디션은 기존 단원이 아닌 외부 지원자가 606명이나 될 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당초 악장과 수석, 부수석, 단원 등 106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82명(외국인 2명 포함)만 합격했다. 악장 1명과 수석 11명, 부수석 6명 등 직책단원 18명과 첼로 1명, 플루트 1명, 바순 2명 등 일반단원 6명은 뽑지 못했다. 서울시향은 이들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추가 오디션을 7월 말 실시할 예정이다.
국내 오케스트라 사상 이처럼 많은 인원이 바뀐 예는 1980년대 초 국립교향악단이 KBS교향악단으로 바뀔 때 전단원 오디션으로 60%가 물갈이 된 적을 빼곤 없다. 외국에서는 현재 베를린 필 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이 영국의 버밍엄시 교향악단을 맡았을 때 단원의 60%를 교체한 예가 있다.
서울시향의 이번 오디션 결과는 음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년까지 자리가 보장되던 서울시향의 ‘철밥통’ 관행이 깨진 것 자체가 충격이고 자극이다. KBS교향악단과 부천필 등은 이미 정기적인 단원 평가에 따른 계약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산하 대부분의 교향악단들이 당장 서울시향의 예를 따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향이 노조의 반발을 꺾고 전면 오디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 영입과 단원 처우의 대폭 개선이라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런 조건을 충족시킬 만큼 재정이 튼튼한 악단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서울시향의 구조조정과 혁신은 장기적으로는 다른 악단들에도 ‘달라져야 한다’는 긍정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비어있는 악장과 수석, 부수석 자리를 채우는 과정에서 다른 악단의 뛰어난 연주자들이 서울시향으로 이동할 경우 국내 교향악단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지난 반세기의 역사를 접고 사실상 재창단된 서울시향은 6월 17, 18일 부지휘자 아릴 레머라이트의 지휘로 재단법인 시대를 여는 첫 연주회를 한다. 정명훈이 직접 지휘하는 첫 무대는 8월 15일 있을 예정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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