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활동의 장점요? 대가족이 생긴거죠!"
대중 스타란 브라운관에만 있는 건 아니다. 요즘 장안의 화제는 다섯 명의 40대 전후 아저씨들이 의기투합, 결성한 파파밴드. (재)서울여성이 주최하는 가족의 달 기념 문화 행사 ‘유쾌한 치맛 바람 - 가족풍’에서 6일 가수 김현철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이 알려지면서 일약 재야 스타로 발돋움했다. 콘서트를 앞두고 막바지 조율에 한창인 파파밴드를 3일 홍대입구 연습실에서 만나 특별한 가족 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파파밴드는 모두 5명으로 구성됐다. 퍼스트 기타와 보컬을 맡은 강민식(38·건설회사 운영)씨와 키보드와 보컬의 김용경(44·데이콤 경영혁신팀장)씨, 세컨드 기타와 베이스 기타를 맡고있는 장관순(41·도자기공방 운영) 배태진(39·미술학원장)씨, 그리고 드럼의 조하윤(32·음악녹음실 운영)씨 등이다. 대학교 봉사써클 선후배로도 모자라 아이들 미술 학원 원장에다 동네 선후배 사이 등으로 얽히고 설킨 이들이 처음 밴드를 결성한 것은 지난해 10월. 대학 시절 통기타로 모양 좀 내 본 것이 전부이지만 직장 스트레스도 날릴 겸, 술로 날밤을 새우느니 뭔가 생산적인 일도 해 볼 겸 모두가 동의했다.
파파밴드라는 이름은 강민식 씨가 붙였다. "다들 결혼했고 애들도 있죠. 직장이며 세상 돌아 가는 이야기 끝은 결국 가족과 아이들 문제잖아요. 자연스럽게 파파밴드가 좋겠다 싶었지요."
정식 데뷔 무대는 지난해 12월 홍대입구의 작은 클럽에서 열렸다. 반응은 놀라웠다. 무엇보다 아내와 아이들이 ‘회사 인간’이었던 아빠의 변신에 열광했다. "딸애가 중학교 2학년인데 전에는 ‘아빠는 일만 한다’고 불평이더니 이젠 아빠가 선망의 대상이래요. 한창 사춘기라 대중 문화에 관심이 많을 때니까 무대에 선 아빠의 모습이 너무 멋진거죠." 장관순 씨의 아내 박세연(38) 씨의 말이다.
밴드 활동은 멤버들의 생활과 사고 방식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일주일에 두 차례 두세 시간씩 음악에 열중하다 보니 삶의 활력도 넘치고 무엇보다 ‘나만 재미있게 노나’ 싶은 생각에 가족들에게도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김용경 씨는 지난 주 중간 고사를 치르고 있던 중학교 2학년 아들을 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 2, 3시까지 공부를 돌봐 주는 정성을 기울였다. "요즘 애들이 공부 스트레스가 심하잖아요. 그런데 밴드 연습한다고 시험 기간에 늦게 들어간다니까 싫어하더라구요. 취미 활동 만큼 가족도 열심히 챙기는 모습을 아빠가 보여줘야겠다 싶었죠."
무엇보다 좋은 건 대가족이 생겼다는 점이다. 일주일에 두 번 밴드의 연습이 있는 날은 아내와 아이들도 모두 나와서 함께 뒤풀이를 한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자녀 교육 문제를 서로 털어 놓다 보면 대가족의 품안에 온전히 안긴 것처럼 푸근하다. 아이들도 서로 오빠 언니라고 부르며 친하게 지낸다. 강민식 씨의 아내 구미애(38) 씨는 "핵가족 사회니까 아이들도 좀 이기적으로 키우기 십상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여러 가족이 함께 하니까 서로 나누게 되고 도와주려고 하고, 교육적으로도 참 좋은 것 같아요" 라고 한다. 물론 가끔은 문제도 발생한다. 집안 대소사와 충돌이 발생할 때면 뒷감당은 온전히 아내의 몫이라고. 천하 무슨 일이 있어도 연습 시간은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파파밴드는 앞으로 가족이나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무대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계획이다. "별 생각 없이 파파밴드라고 이름붙였는데 요즘엔 이름에 걸맞게 가족과 자식을 생각하는 밴드로 거듭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강 씨의 말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개인적인 취미 활동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에 뭔가 의미를 남길 수 있도록 모양새를 갖춘다면 자식들에게도 좀 더 좋은 아빠가 될 수 있겠죠.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줄 세상이니까요."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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