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환자들의 ‘부당 의료쇼핑’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당국은 대책은커녕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급여는 정부가 2001년부터 국가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탈북자 문화재기능보유자 등에게 의료비를 무료로 제공하는 제도다. 대상자는 146만명(2004년 3월 말 현재)으로 이들을 위해 쓰이는 예산은 연간 1조8,806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의료급여 대상자 가운데 적지 않은 숫자가 병·의원에서 진료 및 처방전을 받거나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때 자신이 직접 돈을 내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 대량으로 약을 확보한 뒤 약국이나 약 도매상 등에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부당 의료쇼핑을 하고 있다. 의료쇼핑은 건강염려증 환자가 병·의원과 약국을 전전하는 것을 말하는 데 의료급여 대상자의 이 같은 행위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부당 의료쇼핑이라고 부른다.
부당 의료쇼핑이 성행하는 이유에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병·의원이나 약국에서 의료급여 대상자의 과다진료 행위가 체크 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들의 의료쇼핑 행위가 드러난다 해도 대부분이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여서 초과일수분에 대한 환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의료쇼핑을 통해 모은 약을 팔아넘긴 정황을 확인해 명백한 부당 의료쇼핑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부당 의료쇼핑으로 정부의 의료급여 재정에 구멍이 나면 혜택을 받아야 할 의료급여 대상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부당 의료쇼핑으로 인해 당장 정부가 추진 중인 차상위계층(기초생활수급자의 기준을 조금 넘는 계층)이나 6개월 이상 희귀성 난치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료급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엄청난 차질을 빚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