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미친 ×이 좋아…. 처녀막 시대는 끝났어…. 못생기고 처녀라 자랑하는 건 ××."
임모(41·여)씨는 며칠 전 중학생 아들의 방에서 이상한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들 최모(15)군이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이 내려진 노래를 인터넷을 통해 아무 생각 없이 듣고 있었던 것. 임씨는 온라인 음악감상 사이트 담당자와 영상물등급위원회 등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임씨는 "청소년에게 청취가 금지된 노래를 아이들이 인터넷을 통해서는 들어도 괜찮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화관광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내린 음악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아무런 규제 없이 접속할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위원회 측은 영화상영 등급처럼 가사내용에 따라 ‘19세 이상 이용’ 등의 기준을 공표하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를 제재할 방법이 전무해 중·고교생은 물론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가장 많은 회원 수를 보이고 있는 ‘B뮤직’ 등 다른 국내 유수의 음악사이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달 12일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은 남성 솔로 가수인 UMC의 음반 ‘XSLP’에 수록된 곡이 아무런 등급 표시 없이 최근 인기가요 목록에 올라 공개돼 있다.
현재 청소년 금지곡은 2000년 이후 20여곡에 달하고 있으며, 이들 곡들은 가사내용이 외설적이거나 욕설, 비속어 등이 담겨져 있어 금지조치를 받았다. 이런 청소년 금지곡이 들어있는 음반을 판매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틀었을 경우 음반법 53조에 의해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청소년 금지가요들을 휴대폰 벨소리나 컬러링으로 곧바로 다운을 받아 저장해 사용한다는 것. S중학교 1학년 C모(13)양은 "이러한 노래를 휴대폰 벨소리로 사용하면 다른 친구들보다 튀어보여 즐겨 사용한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영상물에 대해서는 성인인증 시스템을 설치했지만 음악자료에 대해서는 정부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지시를 받은 바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문화관광부는 대책 마련에 무관심하다. 관계자는 "현행 법이 오프라인에서의 청소년 이용금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조만간 인터넷과 휴대폰 등 온라인상의 청소년금지곡에 대한 이용실태를 조사한 뒤 적절한 조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준모기자 moomj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