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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어린시절 어린이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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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어린시절 어린이날의 추억

입력
2005.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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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아래 산골 소년이 열한 살이 되던 해 어린이날에 처음 영화라는 것을 보았다. 지금은 그 극장이 사라지고 없다. 강원도 강릉 남대천가의 동명극장을 이제는 그곳의 나이든 어른들만 어렴풋이 기억할 것이다. 전날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일이 어린이날이라, 학교에서 4, 5, 6학년만 시내에 영화구경을 간다. 집에 가서 아버지 어머니께 잘 말씀을 드려서 영화구경을 가고 싶은 사람들은 내일 학교에 올 때 5원을 가지고 오너라."

영화구경은 하고 싶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5원을 가져오지 못한 몇몇 친구들은 학년마다 선생님이 어린이날 선물처럼 돈을 대신 내주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다음 먹을 점심은 학교에서 미리 옥수수빵을 쪄 준비했다. 영화제목은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을 리메이크한 ‘김검사와 여선생’이었다.

지금도 나는 어린이날이 되면 그때 본 영화보다 산골학교 아이들답게 시멘트종이로 싼 옥수수빵을 하나씩 들고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오월은 푸르구나.’ 하는 어린이날 노래를 부르며 20리 산길을 걸어 극장에 가던 일이 마치 우리가 출연한 영화 속의 일처럼 떠오른다. 그 소년이 이렇게 나이를 먹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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