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17대 국회 개원 이후 2월 임시국회까진 있었는데 4월 임시국회에서 갑자기 없어진 것은?"
답은 ‘몸싸움과 막말, 파행’이다. 이전 국회에서 벌어진 행정도시특별법과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난투극과 회의장 점거, 이해찬 총리의 차떼기 발언으로 인한 야당의 등원거부 사태 등에 비하면 4월 국회는 ‘무사고 국회’라고 할 만하다.
국회의 변모는 여야 지도부의 대화와 타협 덕분이다. 이전 지도부가 걸핏하면 "다수결로 하겠다"와 "몸으로라도 막겠다"는 논리로 맞서 파국을 보고 말았다면 우리당 정세균,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막전, 막후의 대화를 통해 끈질기게 합의를 시도했다.
그 결과 3대 쟁점법안 중 과거사법은 본회의를 통과했고, 국보법과 사학법도 말썽 없이 6월 국회로 넘겨졌다. 장애인직업재활법 등 정쟁 때문에 매번 뒷전이었던 민생법안 수십 건이 순조롭게 처리된 것도 성과다.
누가 협상채널이 되느냐가 이처럼 큰 차이를 부른 셈이다. 정치는 어차피 완승이 있을 수 없음을 체득한 대화론자들이 전면에 나서야 국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2일 과거사법 처리에 합의한 여야 원내대표단은 "내가 이만큼 양보했다 하지 말고, 네가 이만큼 양보해서 합의됐다고 하자"고 공을 서로 미루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일부 극렬파를 제외한 네티즌들도 이에 대해 "A학점 국회"라며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여야는 차제에 ‘지난 한달간 사고를 치지 않았을 뿐인’ 국회가 찬사를 받고 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국보법과 사학법, 국민연금법 등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6월 국회가 끝나고 "우리 국회가 그러면 그렇지…"라고 혀를 차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최문선 정치부기자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