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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인디/ (하) 황철민 vs 윤종빈 두 독립영화 감독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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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인디/ (하) 황철민 vs 윤종빈 두 독립영화 감독 만나다

입력
2005.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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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민= "(비디오로) 군대를 소재로 한 ‘용서받지 못한 자’를 봤다. 갓 대학을 졸업한 신인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잘 만들었다. 그 웰 메이드가 조금 불만이기도 하다. 좀 더 자유로운 실험과 반전효과를 통해 현실을 뛰어넘는 결론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언제 개봉하지?"

윤종빈=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될 것 같아요. 그것도 영화제에 먼저 내놓아 좋은 평가를 받아야 가능한 거죠."

황= "하긴 1년에 독립장편영화가 20편 정도 만들어지지만 극장상영은 한 두 편에 불과한 게 현실이니까. 작년에도 ‘송환’과 ‘마이 제너레이션’만 개봉했지. 제작여건은 또 어떻고. ‘프락치’ 제작비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로부터 디지털장편영화 제작지원금으로 받은 돈 3,000만원이 전부야. 상업영화 조연 한명 출연료도 안 되는 돈이지. 그러니 내 혼자서 시나리오 연출 촬영 다 하고, 온갖 인맥 동원해 배우 스태프도 거의 무보수로 참여시킬 수밖에 없어. 영화의 공간도 3분의 2는 여관방으로 제한했고. 저예산이 아니라 무예산(no budget)영화라는 말이 맞지. 그나마 디지털이니까 가능했지."

윤=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연기까지 해야 했으니까. 영진위 독립영화 제작지원금 1,000만원에 단편 ‘남성의 증명’으로 미장셴영화제에서 받은 상금 500만원, 여기에 내 돈 500만원을 보탰어요. 돈이 없어 키네코(디지털을 필름으로 바꾸는) 작업은 아직 엄두도 못 내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선배님의 ‘프락치’의 극장 개봉은 축하할 일이죠."

황= "이 영화 만들어 개봉하는데 7년이 걸렸어. 1998년 부산국제영화제 부산프로모션플랜에 1993년에 있었던 ‘독일 남매간첩단사건의 프락치의 양심선언’이라는 이 기획안을 들고 갔을 때 모두 재미있다고 했어. 그런데 제작자가 나서지 않아. 우리나라 제작자들의 코드가 좁다는 게 문제야. 군 의문사나 정치문제도 충분히 돈벌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스토리에 관한한 우리는 ‘산유국’이야. 우리사회가 그만큼 개판이었기 때문이지. 그것이 썩어서 기름이 된 거지."

윤= "나부터도 독립영화하면, 보기가 부담스러워요. 영화가 판타지를 주어야 하는데, 잊고 싶고 감추고 싶은 역사나 현실을 아프게 드러내기 때문이죠."

황= "부담은 습관에서 온 거지. 우리 관객들은 영화에서 돈으로 빚은 ‘때깔’을 보려고 해. 그게 없으면 자기가 무시당했다고 인식하지. 편견이 생긴 거야. 상처를 치유하는 데도 예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영화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봐. 편견만 없애면 개판을 충분히 기름으로 잘 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 문제는 어떻게 거부감 없는 어법을 찾느냐. ‘프락치’의 경우 그래서 처음 20분 동안은 무슨 영화인지 모른 채 ‘배우와 관객의 친하기’ 전략을 썼어. 편견 허물기에 감독도 고민해야 한다고 봐."

윤= "물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고민하죠. 아무리 그 방법이 좋아 ‘재미있다’ 해도 한 순간에 바뀔 수가 있어요. 관객들이 소통의 가장 큰 매개체로 생각하는 유명배우가 없다는 거죠. 외국에서는 스타들이 학생들의 작품에도 출연하는데 우리 배우들은 오직 돈만 생각해요."

황= "영국의 경우 유명 배우들이 학생들의 참신한 독립영화에 출연해. 앞으로 좋은 감독들이 나와야 자신들도 산다는 거지. 우리 배우들은 한마디로 ‘상도’가 없는 거지. 그들에 질질 끌려 다니며 B급 영화만 만들면 장기적으로는 관객의 취향과 영화의 체질만 나빠지는 거지."

윤= "우리의 사회구조에서 비주류가 주류를 바꿀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과거에 다 독립영화를 했던 지금의 주류들이 변해야죠."

황= "그런데 현실은 그 반대야. 백기투항을 원하지. 정신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예를 들면 류승완의 액션처럼 상업성을 보고 발탁해 자신들의 ‘상업성’의 틀 속에 가두는 거지. 변화를 허락하지 않아. 청년정신의 실종도 문제야. 사실 지금의 한국영화도 1980, 90년대 영화가 독재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젊은 영화운동가들이 체질개선을 한 결과지. 그때 영화는 하위개념이었고, 그래서 영화는 민중적이었지. 그런 영화가 이제 상업 소비사회에서 가치관의 최상위가 됐어. 똑똑한 애들이 모두 영화 하겠다고 덤비지만, 그들에게 청년정신은 없지. 돈과 명예만을 생각하지. 냉정하게 보면 독립영화인이 없어졌어."

윤= "인정해요. 솔직히 저도 그런지 모르죠."

황= "그렇다고 독립영화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야. 디지털이 영화세상도 바꾼다는 거지. 단순히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인식의 변화, 즉 영화가 단순히 관객의 소비물이 아니라 또 다른 생산의 자극, 다른 가치 찾기를 유도해 삶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디지털카메라로 영상을 담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만큼 영상을 통해 받아들일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진다는 거지. 거기에 디지털의 주류인 인디영화의 미래가 있는 거지."

●황철민(45·사진 오른쪽) 독일 오스나브뤽대 영화학 석사, 독일 베를린 영화아카데미 졸업,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 단편 ‘빌어먹을 햄릿’ (1997년) ‘삶은 달걀’(2001년), 장편 다큐 ‘옥천전투’(2001년)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2002년), 장편 극영화 ‘프락치’(20일 개봉 예정)

●윤종빈(26·왼쪽) 중앙대 영화학과 졸, 단편 ‘남성의 증명’(2003년), 장편 극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2005년·미개봉)

이대현 대기자 leedh@hk.co.kr

사진=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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