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새로운 교원평가제도에 대해 많은 사람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교사들은 교원 통제와 구조 조정의 의도를 담고 있다고 반대하고, 일부에서는 부적격 교사 퇴출, 승진 등 인사와 연계되지 않는 실효성 없는 제도라고 불만스러워 한다.
이러한 반응들은 교원 평가가 교원의 승진과 퇴출 등 교원의 일생을 결정할 힘을 가져야 하거나 가질 것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교원 평가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오히려 교원 평가의 정착을 저해할 수 있다. 가령 어떤 이는 교원 평가가 교사들의 현실안주적 풍토나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은 오랜 시간을 요하는 까닭에 교원 평가를 통해 문화를 조급하게 바꾸고자 하는 시도는 학교 현장의 파행과 학생의 피해를 불러올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또 다시 학교와 교원에게 전가될 것이다.
이제 새로운 교원 평가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서열이나 등급을 매기는 평가는 교원 외적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고 전적으로 교원에게 책임을 묻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교원 평가가 인사와 반드시 연계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자칫 부실한 학교 교육이 전적으로 교원들 책임이라는 주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한 주장은 교사들의 자긍심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다. 교사들의 자긍심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 개혁 노력이 오히려 공교육을 부실하게 만들었던 이제까지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교원 평가는 교원들의 자긍심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러한 평가의 방향은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첫째, 대다수 교원들이 능력과 양식,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며, 전문직의 이상에 비추어 일부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평가가 필요하다. 그에 반해 부적격 교원을 가려내는 데 초점을 둔 평가는 교원들을 전문적 자질이 결핍되어 있는 존재로 보게 만든다.
둘째, 부족한 부분의 책임을 교원에게만 묻지 않고, 학교, 교육 정책 및 행정 당국, 학부모, 학생, 지역사회 등이 책임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가령 교육 정책 당국은 교원 평가를 통해 교사들의 교육 활동을 뒷받침할 여건을 충실히 갖추어 주었는가를 반성하여야 한다. 학부모나 학생은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한 교육만을 교사들에게 요구하지 않았는지, 가정이나 지역사회는 자신들의 임무까지 모두 학교에 떠넘기고 모든 사회 문제를 교사 탓으로 돌리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책임이 전적으로 교원에게만 있지 않다는 생각은 교원의 자긍심을 보호해 준다.
셋째,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교육에 대한 책임을 분담하는 분위기가 성숙될 때까지 승진이나 퇴출 등의 인사와 능력 계발을 위한 평가는 분리되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기 위한 평가의 결과가 서열화, 등급화를 위한 평가에 반영된다면 교원들은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교원들의 의사가 반영되고, 교원들의 개성과 철학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교원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통해 학교와 교원의 실정에 맞는 평가 기준 및 방법을 설정해야 하며, 교원 개개인에게도 자신의 철학과 개성에 맞게 평가의 기준 및 초점, 방식을 설정할 재량권이 적절하게 주어져야 한다.
필자는 한 중등학교에서 혁신적인 교원 평가 체제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시행 주체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의지와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이 교원 평가 정착의 관건임을 절감한 적이 있다. 새로운 교원 평가 체제가 도입되는 경우 교원들의 자긍심을 보호하기 위해 정책 당국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의지와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기대한다.
정수현 한국교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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