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저녁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절충안 마련으로 봉합되는 듯하던 형사소송법 개정 갈등이 4일 평검사들의 정면 반박으로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평검사들은 "현재 논의 중인 형소법 개정은 근본 절차부터 잘못됐다"며 사개추위는 물론, 검찰 수뇌부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나서 앞으로 사태추이가 주목된다.
◆ 왜 반발하나 = 4일 서울중앙지검 수석검사 회의에서 모아진 평검사들 주장의 핵심은 한마디로 "판을 다시 짜자"는 것이다. 검사들은 이날 발표문의 첫머리에 "현재 평검사들의 요구는 사개추위 개정안에 검찰 입장을 관철하자는 게 아니다"고 못박은 뒤 "국민이 참여하는 합의절차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사개추위에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형소법 개정안은 어떤 식으로 통과되더라도 기형적 시스템을 탄생시킬 수밖에 없고, 결국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므로 국민적 합의를 거쳐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평검사들은 따라서 사개추위 차원의 형소법 조문 몇 개가 아니라 이번에 바꾸려고 하는 형사재판 시스템에 필수적인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 사법방해죄, 양형기준법 등을 포함해 처음부터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플리바게닝이나 사법방해죄 등은 이미 검찰이 사개추위에 도입을 요구했으나 "사개추위의 논의 대상이 아니다"며 거부된 사안이다.
◆ 대립구도 다각화 = 이날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의 입장 표명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형소법 개정 갈등의 구도가 다시 짜여지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그동안 형소법 개정 문제에 대해 사개추위와 청와대, 법원 등과 대립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수뇌부에서 일선 검사까지 비교적 일관된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날 평검사들의 주장은 현재 사개추위와 협의에 열중하고 있는 검찰 수뇌부의 방침에도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평검사들은 발표문에서 "국민에게 직접적 영향을 주는 제도를 밀실에서 몇몇 당사자간 타협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협상에 나선 수뇌부가 "밀실타협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날 절충안 마련의 계기가 됐던 한승헌 사개추위원장과 김승규 법무장관의 만남도 "일종의 타협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상명하복의 전통이 강한 검찰 조직에서 평검사가 최고 상관인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노력을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판했다는 점에서 상황에 따라 ‘하극상’ 성격의 검란(檢亂)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평검사 대표들은 이날 밤 늦게 "발표 내용 중 법무장관 회동과 관련된 부분은 취소한다"고 밝혀 이번 사태가 항명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검찰 수뇌부는 일단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며 평검사들의 진의 파악에 주력했지만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 상·하부의 대립으로까지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형소법 개정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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