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조계종 선승들, 사상 첫 간화선 지침서 펴내/ "간화선은 이해하려고 해선 안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계종 선승들, 사상 첫 간화선 지침서 펴내/ "간화선은 이해하려고 해선 안돼"

입력
2005.05.05 00:00
0 0

"밖에서 선지식(善知識)을 구하기만 할 뿐 자기 내면에서 찾지 못하면 헛일입니다."

선승(禪僧)들은 조계종 사상 첫 간화선(看話禪·화두선) 지침서를 내고 매우 조심스러워 했다. 불립문자(不立文字)라 하여 언어에서 벗어나야 하는 선을 못내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아쉬웠던 것이다. 3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간화선’(조계종 교육원 발행) 봉정법회 후 지침서를 만든 차세대 선승들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한국불교의 대표 수행법인 간화선 전통을 잇고 있는 선원장급 스님 10여명이 한꺼번에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성철, 구산 스님 같은 분들은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화두를 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이해가 되고 설명이 돼야 따라옵니다. 화두선은 이해가 아니고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데 설명, 이해쪽으로 흐르는 것이 바로 간화선의 위기입니다." 전국선원수좌회 편찬위원장 혜국 스님(충주 석종사 선원장)은 지침서 발간의 배경이 된 ‘간화선 위기론’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님은 "이 책도 설명이 아니냐"는 반문에 "이 것도 결국은 헛일이며, 그래서 위기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선지식이 드물다는 세간의 말에 대해서는 봉화 각화사 태백선원 선덕 고우 스님이 답했다. "그 이야기는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나 수행하려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공부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부족합니다. 이 두 가지 면에서 한국 불교가 침체된 것은 틀림없는 일입니다."

봉화 축서사 선원장 무여 스님은 지침서 편찬의 주안점을 "조사 스님들의 뜻을 고스란히 계승하는 데 두었다"면서 "조사선의 역사적 전개, 부처의 가르침과 간화선의 관계, 발심, 화두 참구법 등 간화선 전반을 망라해 지침서만 보면 다른 책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혜국 스님은 이 지침서가 선수행의 초심자와 일반 신자들을 위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인각 스님(부산 범어사 선원 유나)은 "이 지침서를 기초로 여러 논문이 나오고 보완돼 더 좋은 지침서가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고, 상원사 용문선원장 의정스님은 "시대적 요청에 따라 간화선이 문자화 됐는데, 참회하는 마음으로 더욱 수행에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간화선’은 제1부 기초단계, 제2부 실참단계, 제3부 깨달음의 세계로 구성돼 있으며 430여쪽 분량이다. 30년 이상 간화선 수행을 해온 차세대 선승 15명이 1년 반 이상 걸린 편찬작업에 참여했으며, ‘돈점(頓漸)’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은 간화선 대중화를 위해 ‘간화선 기본수행프로그램’ 개발과 지도자 양성, 홈페이지(www.buddhism.or.kr)에 ‘간화선 정보센터’ 개설 등의 작업을 추진중이다. 또 절, 염불, 간경, 주력 등 다른 수행법의 지침서도 올해 안으로 간행할 계획이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