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내가 한계점에 이른 것인가.
6자 회담 당사국 중 가장 자제력을 보여온 한국마저도 4일 비관적인 전망을 드러내보임으로써 북핵 문제가 결정적 고비로 치달아 가고 있는 형국이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이날 "북한은 회담이 개최되지 않는 상황이 무작정 지속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며 작심한 듯 북한에 통첩장을 보냈다. 현 상황이 전적으로 북한의 비현실적인 주장 탓에 초래됐고 한국과 관련국들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는 싸늘한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서 중요한 대목은 반 장관의 이날 언급이 돌출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 장관은 이미 열흘 전 북한 핵 실험 가능성을 경고했고, 고위 당국자들은 "북핵 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다"고 공언해왔다. 한 당국자는 "반 장관이 정부의 절박감을 대변하기 위해 총대를 멨다"고 전했다.
정부의 기류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국면 전개에서 기인하고 있다. 북한은 한달 이상 중국과 대화하면서 ‘폭정의 전초기지’발언 등에 대한 미국의 사과 요구를 굽히지 않은 등 비타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회담의지를 의심하는 눈치이고, 미국은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이로 인해 부시 미 대통령이 직접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하하는 등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북한측 태도에 당혹해 하면서 다음 수를 준비중이다. 국면의 심각성은 6자 회담 좌초 후 실행할 ‘플랜 B’를 구체화하는 데서도 확인된다.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지난달만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협의할 것이라는 ‘미래형’ 시제였으나 이제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현재형’시제를 사용중이다. 2월 10일 북한의 핵 보유선언 이후 참을 만큼 참아온 한국과 국제사회는 향후 북한이 한번 더 악수를 둔다면 다른 선택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최근 외교부의 고위 인사는 "북핵 문제를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 이 문제가 잘못되면 한국 경제가 어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내 위기 의식이 그만큼 팽배하다는 얘기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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