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 할머니는 절에 다녀오시면 꼭 이렇게 말씀하셨다. "갔더니, 꼭 너만한 애기 스님이 있더라." 나는 할머니가 나만 하다고 한 그 어린 스님이 궁금했다. 지금 같으면 어린 나이에 빡빡 깎은 머리가 궁금할 텐데, 그때는 나도 스님도 모두 빡빡머리였다. 집에 기계를 사 두고 그걸로 아버지가 우리 머리를 깎아 주었다.
할머니가 말하는 어린 스님과 내가 다른 건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할머니에게 애기스님도 ‘중옷’을 입고 있더냐고 물었다. "그래. 스님이니 당연히 그렇게 입지." 그때까지 나는 어른 스님들만 보아 나만한 어린 아이가 ‘중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러나 그 절은 너무 먼 곳에 있어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내가 동자스님을 직접 본 것은 어른이 되어서였다. 월계동 산동네에서 살 때 그 위쪽 절에 어린 스님이 있었는데, 한여름 하얗게 깎은 머리 위에 하얗게 부서지던 햇빛이 지금도 내 인상에 깊이 남아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이 가까워 오며 신문에 난 동자승 사진을 볼 때마다 그때 본 어린 스님 생각이 난다. 그날 햇빛도 예뻤고, 햇빛 아래의 어린 스님 얼굴도 슬프도록 예뻤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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