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고려대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명예 철학박사학위 수여식이 파행을 빚은 것과 관련, 일부 학생들이 이번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거나 총학생회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서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4일 오전 9시 고려대 민주광장 앞에서 이 학교 국문과 이승준(25)씨 등 학생 10여명은 ‘NO 폭력, YES 평화적 100주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목에 걸고 5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 이씨 등은 "학위 수여의 정당성 여부와 상관없이 폭력 집회로 변질돼 학교 명예가 실추됐다"며 "폭력적인 문화를 지양하고 100주년 행사를 평화적인 학교 축제로 만들어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5일 열리는 고려대 100주년 기념 삼성관 준공식에서 총학생회와 운동권 학생들이 또다시 물리적인 행동을 보일 것에 대비, ‘비폭력 평화촉구 결의 모임’을 준비 중이다.
고려대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는 총학생회를 비난하는 의견이 연일 수백건씩 올라오고 있다. 학생들은 "대다수 학생들의 의견을 따르지 못하는 총학생회는 해체되어야 한다"는 등의 격한 내용의 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인터넷 카페 ‘총학없는 평화고대’(cafe. daum.net/ourku)에는 300여명의 학생들이 가입,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총학 퇴진 운동을 벌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총학생회측은 "돌출행동으로 물리적 마찰을 빚어 유감스럽다"며 "하지만 이 회장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것은 학문을 돈으로 사고 파는 일이며 더구나 (공적과) 아무런 상관없는 철학박사라는 점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다음주께 소동을 벌인 학생들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하지만 200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특강을 막은 학생에 대해 별다른 징계가 없었던 점을 감안할 때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건희 삼성 회장은 4일 "학생들의 의사 표현 방식이 다소 과격한 점이 있더라도 젊은 사람들의 열정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학생들도 이번 일을 기회로 좀 더 폭넓게 생각하고 다양하게 사고해서 앞으로 훌륭한 인재로 커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려대 어윤대 총장이 사과편지를 보낸 데 대해 이 회장은 "내 부덕의 소치이며 오히려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성의를 다해 행사를 준비한 어 총장과 교수, 교직원, 교우회 관계자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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