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1학년 학생들이 ‘내신전쟁’에 불만을 품고 주말에 촛불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부 홈페이지와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교육정책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는 등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학생들의 불안을 가라앉혀 줄 대책이 시급히 나와야 할 상황이다.
학생들의 불만은 2008학년도 대입제도가 내신위주로 바뀌면서 중간고사에서 동료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어야 하는 데서 비롯됐다. 이런 현상은 내신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특목고와 강남지역 고교 등에서 두드러진다. 여기에 서울대가 ‘논술형 본고사’ 시행 방침을 밝히면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느냐"며 혼란이 커졌다.
문제는 이 모든 사태가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교육 당국이 대비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안이함과 무신경이 개탄스럽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뒤늦게 대학별 전형계획 주요사항을 6월 말까지 확정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학들이 촉박한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 대입제도의 긍정적 측면은 거의 부각되지 않고 부정적인 부분만 확대된 것은 교육 당국이 홍보를 소홀히 한 결과다. 예·체능 과목은 거의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데도 "모든 과목을 잘해야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식으로 알려져 불안감이 커졌다. 중간고사 한 번만 망쳐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없다느니, 3년 동안 수능을 12번 치러야 한다는 등의 과장된 얘기들이 교실에 난무하고 있다. 교육부와 학교, 교사들은 이런 그릇된 정보를 바로잡아 줘야 한다.
상당수 학교에서는 내신위주의 대입 정책으로 수업열의가 높아지고 내용이 알차졌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학교교육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고 평가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새 대입제도 시행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작용은 과감히 개선해야 하지만 학부모와 교사들도 학생들이 새 제도에 지나치게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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