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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궁중 다례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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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궁중 다례 의식

입력
2005.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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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자 차의 달이다. 매해 곡우(4월 20일이나 21일)가 지나면 남도에 본격적인 차 수확철이 시작된다. 전남 보성군의 굽이치는 계곡에 맑은 연둣빛 찻잎들이 일렁이고, 그 위를 스치듯 지나가는 여인들의 잦은 손놀림이 차 향기처럼 싱그럽다. 19세기 초의선사가 뿌려 놓은 씨앗에서 우러나는 향기다. 사적인 얘기지만, 카페인 때문에 차를 잘 마시지는 않아도 회사 사무실에는 초의선사 글씨 복사본은 붙여 놓고 있다. ‘茶煙’(다연)과 ‘禪境’(선경)이라는 이 글씨에서는 불교와 실학, 시, 그림, 차문화 등에 드리운 그의 큰 품격이 느껴진다.

■ 초의는 중국 차에 밀려 자취조차 찾기 힘들던 한국차의 전통을 복원시켰다. 대둔사와 일지암에 머물면서 차를 재배·보급하고 ‘동다송’을 썼다. ‘동다송’은 ‘차는 약처럼 좋은 것이고, 우리 차(東茶)는 중국 차에 약효와 맛이 뒤지지 않으며, 차에는 깊고 지극한 경지가 있어 다도(茶道)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초의가 일군 다도의 맥은 20세기 명원 김미희에 이르러 궁중 다례와 합류하면서, 새로운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명원은 조선 상궁들로부터 전수받은 궁중 다례와 대둔사 일지암 등에서 전해 오는 초의의 다도를 섭렵하여 ‘명원 다례법’으로 정리했다.

■ 쌍용그룹 창업자 성곡 김성곤의 부인이었던 명원은 2000년에 걸친 전통 다례법을 궁 다례, 사원 다례, 생활 다례법으로 분류하여 한국 최초로 발표회를 가진 바 있다. 명원의 차 사랑과 전통다례 복원의 집념은 딸 김의정에게 이어지고 있다. 명원은 차문화 복구 공로로 문화훈장을 받았고, 딸 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은 4년 전 서울시 무형문화재 궁중다례의식 보유자로 지정되었다.

■ 차 계절을 맞아 6일부터 3일간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옛날 궁궐 후원에서 시를 지으며 흐르는 계곡에 찻잔을 띄우고 마시던 곡수연(曲水宴) 차회가 재연된다. 또한 7일에는 김 이사장이 주관하는 궁중다례의식도 펼쳐진다. 왕비가 주빈이 되는 화려하고 장엄한 궁중다례의식을 통해 차와 복식, 음식, 음악, 무용 등 왕실문화의 최고 정수를 볼 수 있다. 처음 열리는 정통 다례를 통해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음미해 볼만하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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