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년차 주부인 양윤정(33·가명)씨는 올 봄 새 집으로 이사하면서 디지털TV에 DVD 플레이어, 디지털 앰프를 내장한 오디오까지 모두 ‘디지털’로 무장한 홈시어터를 구입했다. 하지만 거금을 들인 홈시어터에 대한 양씨의 평가는 겨우 70점. 광고에서 본 ‘디지털 화질’은 고사하고 얼룩진 화면과 둔탁한 소리가 영 불만이었다. 구입 보름 만에 서비스센터 직원을 부른 양씨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직원이 "디지털TV와 DVD 플레이어, 오디오 사이를 모두 ‘HDMI’ 방식으로 연결해야 제 성능이 나온다"고 말했던 것이다.
◆ 디지털 연결
DVD와 디지털TV 보급률이 치솟으면서 본격적인 디지털 오디오·비디오(AV) 시대가 열렸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은 여전히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 볼록TV와 VCR 시대에 개발된 아날로그 연결 방식으로는 고해상도의 ‘디지털 신호’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고해상도 멀티미디어 접속방식’(HDMI)이라는 디지털 연결 표준이다. 필립스 소니 도시바 히다치 등이 ‘디지털 비디오 인터페이스’(DVI)와 ‘디지털 음성출력’ 기술을 결합해 만들었다. 디지털방송 수신기(DTV 셋톱박스)나 DVD 플레이어에서 뽑아낸 생생한 디지털 신호를 바로 전달해 주기 때문에 화질과 음질 손상이 거의 없다.
기존 아날로그 연결 방식에서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화질과 음질의 왜곡이 생긴다. 디지털TV로 바꿨는데도 TV나 DVD 화질이 나아진 것이 없다고 느낀다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HDMI는 겉보기에도 깔끔하다. 1개의 선으로 소리와 화면까지 한꺼번에 처리해 주기 때문에 복잡한 배선 때문에 골치를 썩지 않아도 된다. 연결선을 끼우는 단자의 모양도 일(一)자로 돼있어 다른 것들과 혼동되지 않는다. PC와 프로젝터에 쓰이는 DVI 단자와 호환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 차세대 AV표준
가전업계 관계자는 "HDMI는 모든 면에서 기존 연결 방식보다 우수하다"며 "특히 차세대 디지털 영상 매체인 HD-DVD와 블루레이에서는 HDMI 방식이 전 세계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조업체는 HDMI 표준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제조비 절감 효과도 누린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일본 시장의 경우 우리나라나 미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연결 방식을 사용한다"며 "HDMI로 연결 방식이 통일되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 설계와 제조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HDMI가 디지털 AV를 고르는 새 기준으로 부각되면서 최근 출시된 국산 디지털 AV 제품도 HDMI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26인치 이상 액정화면(LCD)과 DLP 프로젝션TV 전 모델, 최근 출시된 DVD+VCR 콤보 제품에 HDMI가 적용돼 있다. LG전자도 플라즈마 디스플레이(PDP) TV와 DLP 프로젝션 TV를 중심으로 슈퍼슬림 브라운관 TV와 DVD레코더, 홈시어터 등이 HDMI를 채택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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