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마침내 통과됐다. 그러나 이로 인한 열린우리당의 내홍이 심상치 않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과거사법 수정안에 대해 당내 개혁파가 "개혁 후퇴"라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는 재보선 참패와 맞물려 당내 실용파 대 개혁파의 대결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과거사법을 통과시킨 3일 오후 본회의에 앞서 열린 우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치열한 격론이 벌어졌다.
임종인 의원은 "밀실 논의 끝에 합의한 과거사법은 역사적 과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법안이 아니다"며 "독재세력에 맞섰던 민주화운동까지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법의 기본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처리불가를 주장했다. 재야파인 유선호 의원도 "확정판결이 난 사건이 조사대상에서 거의 제외되는 합의안은 무엇을 진상 규명하려는지 의문이 들 뿐"이라며 재고를 요청했다. 정청래 의원은 "원내 지도부가 과거사법 수정에 합의한 것은 한건주의"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정세균 원내대표와 원혜영 정책위의장,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모조리 발언에 나서 "협상 결과가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처리를 미뤄서는 안되고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하다"며 "쓰레기가 좀 묻어 있더라도 보석은 보석이 아니냐"고 읍소해 간신히 의원들의 추인을 받아냈다.
하지만 유 의원과 임 의원은 본회의에서도 반대토론에 나서 법안 부결을 호소했다. 표결에선 상임중앙위원 중 유시민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장영달 한명숙 이미경 의원은 기권했다.
이날 오전엔 이호웅 유선호 문학진 이기우 노영민 의원 등 재야파 의원들이 성명을 내고 "어설프게 타협 처리하는 것은 시대적 사명을 저버린 정략적 행위"라며 "재보선 참패에 대한 냉철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에 누더기가 된 과거사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우리당의 존재 이유를 상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원웅 의원도 "과거사법을 타협한 것은 독일이 히틀러 추종세력의 동의를 얻어서 나치 처벌법을 만든 셈"이라고 비난했다. 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실용 지도부와 강경 개혁파의 갈등은 쉽사리 덮어질 것 같지 않은 상황이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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