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말 한일 정상회담이 매우 조심스럽게 준비되고 있다. 2월부터 이어진 독도 문제와 과거사 왜곡 문제로 파란을 겪어온 한일 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해서다. 회담을 준비하는 당국자들이 우선적으로 신경 쓰는 대목은 회담 형식. 정부는 한일 셔틀회담의 관행대로 명승 고적지에서 두 정상이 만나기에는 국민 정서가 여유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심각한 한일 관계에 비추어볼 때 명승 고적지에서 회담하는 것이 국민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제주, 지난해 12월 일본 온천도시 이부스키(指宿) 회담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휴양지가 배제되고 서울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때 "동계 올림픽 후보지인 평창에서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으나 최근 들어 이런 구상은 쑥 들어간 상태다. 워낙 민감한 상황이어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현충일 방일’과 같은 논란이나 잡음이 재연돼서는 안 된다는 게 당국자들의 생각인 듯하다.
이런 맥락에 비추어 6월 회담의 방점은 정상간의 우의가 아닌 회담 성과에 찍힐 것 같다. 회담 의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과거사 문제다.
당국자들은 회담 도중에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과거사를 직시하고 반성의 뜻을 밝히는 수순이 자연스럽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예상 발언은 1995년 무라야마 담화, 얼마 전 인도네시아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자신이 직접 밝힌 사과 수준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
양국은 독도문제를 의제에서 배제하고 있으나, 회담 후 공동회견에서 답변을 통해 입장 표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이부스키 정상회담에서 완곡하게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 입장을 밝혔던 노 대통령은 이번에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참배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국내 상황으로 볼 때 고이즈미의 신사참배 중단 언급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나 "신사참배에 대한 주변국들의 오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다의적 언급은 나올 수도 있다. 정부는 6월 회담을 계기로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전된 입장 표명을 기대하고 있으나 하루 아침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꾸준히 개선을 촉구하는 ‘장기전’의 태도로 임할 수밖에 없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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